동양, 매일 CP발행 '불끄기'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올 들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발행하며 발등에 떨어진 유동성 위기의 불씨를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투자자 대부분은 현금이 많은 자산가들로 고금리에 현혹돼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단위로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동양레저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하루를 뺀 모든 거래일에 CP를 발행했다. 동양인터내셔널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금을 조달했다. 수년간에 걸쳐 발행과 상환을 반복하는 동안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발행 빈도와 만기가 갈수록 짧아졌다. 2009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수차례 3~6개월 만기로 발행하다 최근엔 매일같이 한 달 정도의 만기로 5억원에서 49억원 수준의 현금을 빌리고 있다.

발행한 CP는 동양증권 특정금전신탁 계좌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린다. 고객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를 보내거나 지점 상담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계열사 주식담보 신탁은 연 6%대, 담보가 없을 때는 연 8~9% 정도의 고금리를 적용해 왔다.

한 증권사 신탁팀장은 “신탁에 편입된 CP를 50인 이상에게 쪼개 팔 수 없는 현 규정을 감안하면 한번에 49억원을 발행한 경우 고객당 평균 1억원 이상씩 투자하는 셈”이라며 “대부분 로열티가 높은 자산가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동양그룹 CP 투자 고객을 약 1만5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사채는 그나마 재무상황이 나은 동양과 동양시멘트만 발행했는데, 동양은 올해만 다섯 차례에 걸쳐 600억~1000억원씩 조달했다. 회사채는 지점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한 소액매매도 가능하다. 2만5000명 정도가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증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뢰가 두터운 고객들이 만기상환 금액을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태호/윤아영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