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 상반기 실적] IT·의약품 '선전'…건설·철강·유통 '고전'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 업종 기업들의 활약으로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수익성 하락세가 2년반 만에 멈췄다. 하지만 전기전자와 의료기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의 실적은 더 악화됐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일 발표한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12월결산법인 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작년 상반기와 비교 가능한 501개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9.55%와 2.59%로 나타났다. 개별·별도 기준 영업이익(620개사)은 33조41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늘었다. 하지만 순이익은 27조481억원에 그쳐 1.22% 감소했다.

전기전자 업종 기업들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이 지난해보다 61.36% 늘면서 전체 상장사의 상반기 실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인 18조31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상반기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3483억원과 7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는 1조3106억원과 41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다.

○수익성은 제자리걸음

상장사들이 장사를 얼마나 잘 했는지를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순이익률은 연결 기준으로 각각 5.94%와 3.92%를 기록했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59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이 중 순이익이 39원이란 뜻이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0.39%포인트와 0.01%포인트 높아졌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강원랜드(32.45%)였으며, 엔씨소프트(31.25%), 현대백화점(28.09%), 케이티앤지(27.48%)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연결이 아닌 개별·별도 기준으론 영업이익률이 0.45%에 그쳤으며 순이익률은 오히려 0.09%포인트 떨어졌다. 전기전자업종 기업들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앞세운 전기전자 업종 기업들을 제외하면 특별히 이익이 개선된 업종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산업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속도가 무척 더딘 상태”라고 말했다.

○건설, 철강 업종 찬바람

업종별로는 전체 17개 업종 가운데 전기전자, 의약품, 의료정밀, 섬유의복 등 4개 업종만 순이익이 작년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약가 인하 이후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였던 의약품 업종은 순이익이 36.63% 늘었다. 섬유의복 업종 역시 순이익을 28.32% 늘리며 선전했다.

반면 주요 기간산업과 소비재 산업 관련 업종 대부분은 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가 이어졌다. 건설업종 기업들은 1585억원의 순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운수창고와 전기가스 업종 역시 각각 3633억원과 1조2054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가 이어졌다.

종이목재 업종은 작년 상반기 대비 순이익 감소폭이 47.08%로 가장 컸다. 철강금속 업종 순이익도 45.48%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유통(-38.09%), 화학(-37.67%), 음식료품(-31.74%), 통신업(-14.91%)도 수익성이 나빠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의 순이익은 7조4019억원으로 5.89% 줄어드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상장사들의 재정 건전성은 다소 악화됐다. 상장사들의 연결 부채비율은 142.51%로 지난해 말보다 1.76%포인트 높아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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