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10일 오전 10시23분
[마켓인사이트] 국민연금, KKR과 손잡고 美상장사 인수
국민연금이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과 공동으로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가드너덴버를 인수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KR과 함께 가드너덴버 지분 100%를 37억달러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3분기 중 인수대금을 내면 인수가 확정된다.

KKR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드너덴버를 인수한 국민연금은 1억5000만달러를 직접 투자했다. 국민연금의 투자금액을 지분으로 환산하면 4.05%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이 가드너덴버의 경영에 참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직접 해외기업 인수에 뛰어들어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05년 KKR 및 블랙스톤에 1억달러를 투자하며 처음으로 해외 PEF 투자에 나선 이래 국민연금의 PEF 투자는 간접·위탁투자 방식이었다. 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면 운용사가 알아서 투자하고 수익금을 분배하는 식이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KKR이 물색한 투자기업에 국민연금이 일부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프로젝트 공동 투자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자와 손잡고 몇 차례 프로젝트 공동 투자를 성사시켰다. 투자대상은 대부분 해외 자원개발사업이나 자원개발 관련 업체 또는 해외 부동산이었다. 가드너덴버처럼 상장사의 경영권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프로젝트 공동 투자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해외 상장사 경영권 인수에 참여하는 획기적인 거래”라며 “가드너덴버를 시작으로 비슷한 거래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1859년 설립된 가드너덴버는 공기압축기와 펌프 등 산업용 기계를 만드는 회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웨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33개국에 진출, 매출의 66%를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거둬들이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에도 가드너덴버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진출해 있다. 지난해 매출은 24억달러, 영업이익은 3억7274만달러였다.

한편 KKR은 이날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PEF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60억달러 규모의 ‘아시안II펀드’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2007년 아시아I펀드(40억달러)와 2010년 차이나그로쓰펀드(10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 아시아 투자펀드다.

KKR은 새로 조성된 펀드를 통해 소비재 소매유통업 헬스케어 교육 등 내수성장의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 구조조정 및 비핵심자산 매각과 국영 기업의 민영화, 금융서비스 관련 업종, 사회기반시설, 첨단기술 기업 등의 분야에도 투자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 아시아에 처음 진출한 KKR은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의 30개 회사에 55억달러를 투자했다. 아시아펀드 투자자금의 25%가 투자된 한국은 범중국권(중국 대만 홍콩)과 함께 KKR의 최대 투자처다. 국내 최대 맥주회사인 오비맥주를 KKR이 보유하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