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5시
삼성증권(42,150 +0.60%)의 그룹 계열사 인력 전환배치에 당초 예상보다 두 배 넘는 지원자가 몰려 눈길을 끈다. 불투명한 증권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어서 삼성증권뿐 아니라 업계가 뒤숭숭하다.

26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로 전환배치를 원하는 직원 250여명 안팎의 신청을 최근 받았으며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관계사들이 이를 심사 중이다. 회사 측은 인력 구조조정 방안 중 하나로 당초 100여명의 인력을 그룹 계열사로 전환배치할 예정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인력을 얼마나 받아줄 수 있느냐보다 지원자 수가 100명이 안되면 어떡하느냐는 고민이 더 컸다”며 “뚜껑을 열어보니 대상자 1120명 중 20%대가 지원했다”고 말했다. 220~280명 선의 지원자가 몰렸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지원자 수가 480명에 이른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삼성 측에서 낭설이라고 부인했다. 그렇더라도 대상자 4명 중 1명꼴로 이번 기회에 회사를 옮기겠다는 것이어서 다른 증권사들도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한창 일할 연령대의 증권맨들이 ‘증권업에 미래가 없다’는 내부 진단을 내린 꼴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경영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한때 삼성증권 직원이었다고 밝힌 인터넷 블로거는 삼성증권이 2008년을 전후해 리스크가 높은 해외 채권 영업에 주력하면서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주식위탁영업 위축에 따른 대안으로 30년 만기 국채 판매 등에 ‘올인’한 것도 삼성답지 못했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미국 출구전략 가시화에 따른 금리 상승세로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삼성그룹이 쌓은 기업 이미지를 증권이 깎아 먹었다는 얘기다.

한편 200여명의 전환배치 희망 직원은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에 골고루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환배치를 ‘결심’한 인력이 해당 기업의 ‘낙점’을 받지 못하고 계속 회사에 남게 되면 직원 사기저하 등으로 삼성증권이 내홍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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