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株)고 중소형주고 안 물린 투자자가 없어요. 손절매할 타이밍도 놓치고 다들 하늘만 보는 상황입니다."(A 증권사 직원)

지난달 2000선을 탈환했던 코스피지수가 6월 들어 다시 미끄러지며 16일 현재 1800선까지 밀린 상태다. 외국의 '셀 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잘 나가던 뉴욕증시까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추가 하락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잘 버티던 '믿을 맨' 삼성전자마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폭포수처럼 떨어진 코스피 차트를 들여다보는 증권사 영업지점들의 분위기도 낙관적이지 못했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지점은 한산한 반면, 불안감이 섞인 상담 전화만이 늘어난고 있다.

정재웅 유진투자증권 도곡역지점 부지점장은 "최근엔 방문하는 고객들도 거의 없고 어디까지 더 하락할 것 같냐는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대형 우량주의 반등에 기대를 걸고 매수했다 본전도 못 건진 투자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 동안 낙폭이 컸던 조선·철강·화학·건설주들도 추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고, 선방하던 정보기술(IT)주마저도 삼성전자와 함께 내려앉았다.

"빠져나갈 기회는 예전에 놓쳤습니다. 대부분 손절매를 하기보다는 언젠가는 살아나겠지 하고 기다리고만 있는 포기 상황에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달까지 연일 전고점을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코스닥까지 빠지면서 큰 기대를 갖고 중소형주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망연자실한 상황.

정 부지점장은 "반토막 이상 손실이 난 투자자들이 많아서 종목 교체를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100% 이상 올라야 원금을 회복하게 되는데 그래도 못 팔겠다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업황이 안 좋지만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업종이나 우량한 업종 대표주들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고,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종목은 그래도 갈아타기를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심리도 싸늘하다.

김지행 신한금융투자 도곡지점 차장은 "당장 팔아야겠다고 나서는 고객은 거의 없지만 전반적으로 장이 안 좋으니 분위기는 소강상태"라며 "요즘엔 크게 문의 전화도 없고 주식에 대해 말해도 시큰둥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식 직접 투자자뿐만 아니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의 상품 투자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 부지점장은 "연초에 국채 열풍이 불어 수요가 많았는데 지금 올해 초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마이너스까지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ELS도 종목형의 경우 녹인(knock in·원금손실 가격) 구간에 들어간 투자자가 많아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며 "조기상환이 안돼 물려 있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 만기까지 가게 되면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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