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11일 오후 2시 10분
상장 재무요건을 갖춘 비상장 기업 중에는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중견기업과 신생 벤처기업도 많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빌딩 앞에 있는 황소상.  /한경DB
상장 재무요건을 갖춘 비상장 기업 중에는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중견기업과 신생 벤처기업도 많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빌딩 앞에 있는 황소상. /한경DB
‘숨은 알짜기업’이 대부분 대기업의 비상장 계열사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함께 상장 요건을 갖춘 6200곳을 분석한 결과 성장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춘 비상장 기업 중에는 오랜 업력을 쌓은 중견기업과 신생 벤처기업이 의외로 많았다. 건설 해운 등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잘나가는 비상장 기업들도 있다.

[위기의 IPO…'알짜기업' 깨워라] 모뉴엘, 매출 79% 늘어 8251억…네오플, 영업이익률 90% 달해

○식품·유통…알짜 내수기업 수두룩

한국야쿠르트 귀뚜라미 교원구몬 파리바게뜨 동서식품 등은 대표적인 알짜 비상장 기업이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현금을 쌓아 놓은 게 특징이다.

설립 44년을 맞은 한국야쿠르트는 자기자본이 8000억원대에 이른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거둬들인 이익의 일부를 자본으로 쌓아둔 결과다. 보일러업체 귀뚜라미의 이익잉여금도 4000억원이 넘는다. 장평순 회장이 이끄는 교원그룹은 학습지업체 교원구몬과 교원 등을 합쳐 ‘1조(매출)-1000억(영업이익)’ 클럽에 가입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는 ‘외식업계의 거인’이 된 비상장사다.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매출 1조6213억원, 영업이익 585억원을 거뒀다. 던킨도너츠와 베스킨라빈스를 거느린 비알코리아는 매출 4829억원에 영업이익 439억원을 거뒀다. ‘탑마트’ 체인을 운영하는 서원유통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의 틈바구니에서 작년 매출 1조2056억원, 영업이익 596억원을 내며 중견기업으로 올라섰다.

유명 의류업체들도 알짜 비상장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2코리아 블랙야크 네파 골드윈코리아 등 아웃도어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K2와 아이더를 만드는 K2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5020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26%.

갭, 아베크롬비&피치 등 해외 의류 브랜드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드는 세아상역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961억원과 620억원에 이른다.

유니클로의 국내 판매를 맡고있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설립 8년여 만인 지난 회계연도에 매출 5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일부 핸드백 업체들도 돋보이는 실적을 올렸다. 마이클코어스, 코치,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드는 시몬느는 작년에도 매출이 30%가량 늘며 5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태진인터내셔널(루이까또즈) 성주디앤디(MCM) 가나안(이스트팩 OEM 및 신성통상 최대주주) 풍국산업(피에르가르뎅 여행용 가방 제조) 등도 비슷한 경우다.

○경이로운 수익성 게임·부품업체

가파른 성장성과 놀라운 수익성을 겸비한 기업을 찾는다면 게임업체가 제격이다. 넥슨 계열로 액션 온라인게임 ‘던전 앤 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은 작년 영업이익률이 89.5%에 달했다. 매출 4390억원에 영업이익 3930억원을 거뒀다. 지주회사가 아닌 사업회사 중에 이 같은 영업이익률을 내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에 상장한 넥슨재팬의 최대주주인 지주회사 엔엑스씨의 영업이익률은 93.2%다.

‘크로스파이어’로 잘 알려진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는 ‘제2의 넥슨’으로 불린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66.8%를 거뒀다.

전자다트 게임기를 만드는 홍인터내셔날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바탕으로 제품을 하나 팔 때마다 절반 이상을 수익으로 거두는 구조(작년 영업이익률 51.1%)를 갖췄다.

전기밥솥 등을 제조하는 쿠쿠전자는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나 늘었다. ‘휴롬 원액기’로 유명한 휴롬엘에스는 작년 1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외형이 4년 만에 10배나 커졌다.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부품회사 중에도 가파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IT업체 테스콤과 카메라 모듈업체 픽셀플러스, 코스닥 인탑스 계열 IT 부품업체 아로는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각각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로봇 가전업체 모뉴엘은 지난해 매출(8251억원)과 영업이익(860억원)이 각각 79%, 121% 증가했다. ‘형제 회사’인 연호엠에스·연호전자를 비롯해 아비만전자 인창전자 경동소재 두성테크 동아일레콤 등도 주목받는 IT 부품기업이다.

자동차 부품기업으론 특수관계인 일진글로벌과 일진, 디에이치홀딩스 계열인 동희산업 동희하이테크, 대림산업 계열인 대림자동차공업, LS 계열 LS엠트론 등이 안정적인 이익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회장이 대주주인 다스도 외형과 이익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건설 해운 불황도 모른다”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 해운업종에서도 일부 비상장 업체들은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중근 부영 회장이 대주주인 부영과 동광주택산업은 지난해 각각 4481억원과 10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광주 중견 건설업체 호반건설은 작년 매출 9301억원을 거두며 17.4% 성장했다. 영업이익(1962억원)도 21.0% 늘었다. 주택건설 및 토목업체 동일은 지난해 외형을 두 배 이상 불리며 매출 4553억원, 영업이익 699억원을 올렸다. 한양 반도건설 우미건설 대명건설 동아건설산업 경동건설 등도 건설 불황을 무색하게 한 비상장 회사들이다.

해운사 중에선 협진해운과 임천해운이 지난해 각각 40% 가까이 매출을 늘렸다. 고려해운은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영업이익 459억원을 올렸다. 장금상선과 폴라리스쉬핑은 각각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동아탱커는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후퇴했지만 29% 영업이익률로 해운업계에서 가장 장사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진형/허란/이해성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