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개인-외국인, 삼성전자 두고 기싸움
기관·개인-외국인, 삼성전자 두고 기싸움
삼성전자를 두고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 및 개인들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에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맞불’을 놓으며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의 ‘팔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크게 떨어질 여지는 작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외국인 대량 매도에 개인·기관 ‘맞불’

10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000원(0.14%) 내린 142만5000원에 마감했다. 사흘 연속 하락했으나 전 거래일 6%대의 폭락세와 비교하면 투매는 일단 진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팔자 공세를 이어갔다. 유가증권시장 내 약 3300억원의 외국인 순매도액 가운데 70%인 2300억원가량이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지난 7일과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외국인이 내던진 주식은 개인이 대거 받았고 기관 또한 거들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7일 삼성전자를 5781억원어치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2000억원 가까이 샀다.

기관도 매수세를 보였다. 전 거래일까지 이틀간 1100억원어치를 사들인 기관은 이날도 320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개인처럼 공격적으로 삼성전자를 쓸어담지 못한 것은 사고 싶어도 여력이 크지 않아서다.

국내 주식형 펀드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을 편입 한도인 20% 안팎까지 채워놓고 있다. 한 중대형 운용사 대표는 “한도가 남은 펀드들이 잇달아 편입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PER 6.7배 삼성… 애플의 ‘반값’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7일 JP모건의 부정적 보고서가 나온 뒤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 눈높이를 낮춰잡는 중이다. 계열사 삼성증권조차 이날 갤럭시S4의 올해 판매량 전망치를 종전 8800만대에서 7300만대로 17%가량 줄였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 실적은 2분기에도 잘 나오고 있고 시장점유율도 여전하다. 주가수익비율(PER)은 6.7배로 애플(11.7배) 등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대비 훨씬 싸다. 더구나 애플과는 다르게 반도체라는 ‘캐시카우’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한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주가 폭락에도 불구, 목표가나 투자의견을 내리지 않은 이유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전망이 어려울 때는 실적같은 숫자를 믿어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외국인 복귀 당분간 어려울 듯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다시 사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 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5월30일~6월5일 기준) 한국 관련 4대 글로벌 펀드에서는 모두 49억9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2주 연속 순유출로, 금액은 한 주 전(29억92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주식영업 담당자는 “미국의 출구전략 논의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글로벌 펀드 자금은 오히려 이머징 주식을 피해 선진국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는 이머징펀드 내 비중이 큰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올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권에 머문 탓에 수익을 내지 못한 외국인들의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지난 7일 낙폭 확대의 원인 중 하나”라며 “현재 머물고 있는 200일선(142만9000원대)이 무너지면 주가는 한 차례 더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재광/강지연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