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이 4년만에 100엔대를 돌파하면서 한국과 일본 증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00.90(오후 3시 기준)엔을 기록했다. 13일 오후 1시45분 현재 엔화는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전거래일 대비 0.49엔 내린 101.85엔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102엔까지 급락했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증시는 연일 상승세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48.38엔(1.02%) 오른 1만4755.92엔으로 상승 출발했다. 닛케이평균주가가 1만4000선을 넘긴 것은 4년11개월 만이다. 장중 한때 1만4800선을 넘기도 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자금이 거세게 빠져나가면서 1950선 아래서 맴돌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를 돌파한 10일 코스피지수는 1970대에서 장을 시작해
전날보다 34.70포인트(1.75%) 하락한 1944.75로 장을 마쳤다. 13일 오후 1시17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0.51포인트(0.03%) 하락한 1944.24를 기록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의 시총 비중은 올해 3월말 기준 2.01%(1조1549억달러)로 시가총액 순위 1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2.08% 감소했다. 반면 일본 증시는 6.77%(3조8870억달러)로 시총 순위 3위에 랭크됐다. 세계거래소연맹(WFE) 회원 거래소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11.73)을 나타냈다.

이처럼 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엔화 약세 장기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엔저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일본 증시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00엔을 넘기면서 국내 증시에 충격이 더해졌다"며 "현재 100엔대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는데 예상했던 수준으로 앞으로 관건은 110엔 또는 120엔까지 가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엔화 약세"라며 "국내 기업의 성장 모멘텀이 강한 편이 아닌 상황에서 일본이 강력한 경기 부양정책을 펼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일본 증시로 몰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엔화가치 하락세가 100엔대 초반에서 그칠 것이라며 다음달 이후 국내 증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달러당 엔화가치는 100엔대 초반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엔화 가치 하락이 주춤하고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해 1130원 수준까지 진행된다면 국내 증시에 가해지는 충격이 의외로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105엔을 최대 하락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100엔대 초반에서 주춤하다 급격하게 추가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는 7월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전후로 엔화 약세 속도가 둔화되고 6월말 뱅가드 펀드 물량이 해소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디커플링이 끝나는 시점은 6월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