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깔린 금리 인하…하루 만에 다시 '털썩'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하루 만에 증시에서 사라졌다. 엔화가치가 약 4년 만에 달러당 100엔대를 돌파하자 외국인 매도세가 몰리며 코스피지수가 1.75% 급락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93% 급등, 양국 주식시장에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행이 고심 끝에 내린 기준금리 인하 호재가 ‘100엔 시대 재진입’이란 카운터펀치에 고개를 떨궜다. 주식시장을 통해 본 양국 통화정책 대결 1라운드는 일본의 승리로 돌아간 셈이다.

○외국인 전기·전자 매도에 우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34.70포인트(1.75%) 떨어진 1944.75에 장을 마쳤다. 닛케이225지수는 도쿄 외환시장이 개장한 오전 8시부터 엔화가 달러당 100엔대를 넘어 거래되자 1.82% 급등하며 출발, 416.06포인트(2.93%) 오른 14,607.54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들이 하루 만에 ‘팔자’ 우위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을 가져왔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700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다 9일 1403억원 반짝 순매수했으나 10일 다시 159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00엔 재진입’은 일본 기업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자동차 업종의 급락을 몰고 왔다. 현대차(-2.33%) 기아차(-3.34%) 현대모비스(-1.92%)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삼성전자(-2.57%) LG전자(-1.07%) LG디스플레이(-0.68%) 삼성전기(-3.13%) 등 전기·전자(IT) 종목들도 많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IT주의 동반 하락에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1분기에는 자동차주들이 엔저 피해를 봤을 것이란 관측에 이어 2분기에는 IT주들도 ‘엔저 태풍’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등 IT 주식을 집중 매도하고 있다”며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IT 관련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변해야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주가상승률, 한국 압도

국내 증시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엔화 약세로 올해 원·엔 환율도 하락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1월2일 100엔당 1218.1원이던 원·엔 환율은 1096.1원으로 약 10% 떨어졌다. 한국 수출기업들의 달러 환산 가격 경쟁력이 일본 수출기업들보다 10% 약해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 일본 증시로 옮겨가는 점도 걱정거리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 주당순이익(EPS) 대비 한국 증시 EPS가 작년 180(2000년 1월=100 기준)까지 올랐다가 현재 15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상대 EPS의 하락은 수급측면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일본 주식을 사는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닛케이225지수는 작년 말 대비 이날 현재 40.5% 상승했지만 코스피지수는 2.6% 떨어졌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한·일 증시가 함께 개장한 86거래일 중 닛케이225지수와 코스피지수의 등락이 엇갈린 날은 36거래일(41.86%)에 달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베노믹스와 미국 달러 강세로 엔화 약세는 구조적인 흐름이 됐다”며 “원·엔 환율 약세로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품질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한·일 증시와 대표 수출기업 주가의 차별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규호/황정수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