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 사라져 소외된 한국증시
[세계증시 랠리] 외국인 이탈…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선진 각국 증시의 랠리를 따라 한국 주식시장에도 ‘봄바람’이 불지 관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와 주식시장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달라진 게 없어 선진 증시와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급속히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디커플링의 원인을 파악해보면 당분간 투자심리 개선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환율에선 엔 약세 기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수출기업 가격경쟁력 회복과 실적 향상,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이 상당 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엔저 정책은 자민당 정치 전략의 한 부분으로 보인다”며 “오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경제 분야에서 주변국과 화해 모드로 가기 위해 엔저 정책 기조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이후에나 외국인투자자가 국내에 재상륙, 증시 유동성이 보강되고 지수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2월만 빼고 계속 ‘팔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2조969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을 가로막았다. 이달 들어서도 8일까지 7037억원 순매도했다. 대신 안전자산인 한국 채권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한 달간 한국 채권을 2조1360억원 순투자(채권 순매수액-만기 상환액)하며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디커플링을 낳은 또 다른 요인은 정유 화학 철강 조선 건설 등 소재 및 산업재 분야의 공급 과잉과 실적 악화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이 자국 내에서 화학제품 철강 등 각종 소재와 산업재 생산을 늘리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관련 수출이 줄고 업황이 위축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가 빨리 회복세를 보여야 수입 수요가 늘어나고 한국의 소재 산업재 분야도 바닥을 다지고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가 본격 발효하고 서비스업지수 제조업지수는 아직 좋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반년 가까이 코스피지수 1900~2000의 박스권에 갇히며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것도 상승장을 낙관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상승장이 끝났고 순환매장이 시작됐다’느니, ‘상승을 점치기보다 하락에 베팅하는 게 돈번다’는 등의 비관론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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