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분기 실적 '먹구름' 드리우나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옮겨왔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이 지난 한 주간 138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이런 분위기가 짙어졌다. 올 들어 주간 단위 순매도 금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전문가들은 실적을 발표한 주요 종목 가운데 소형주의 예상치 하회 비율이 대형주·중형주보다 높아 코스닥기업 실적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스엠, 컴투스 많이 팔아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최근 3거래일 연속 ‘팔자’ 우위를 보였다. 순매도 금액은 총 1419억원이었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기관들이 3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것도 처음이고, 순매도 규모도 가장 컸다.

기관들이 이 기간에 주로 팔아치운 종목은 에스엠 컴투스 등 엔터테인먼트주와 게임주였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에스엠 358억원, 컴투스 180억원, 와이지엔터테인먼트 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음으로 메디톡스(65억원) 매일유업(57억원) GS홈쇼핑(53억원) 모두투어(52억원) 게임빌(49억원) 등의 순이었다. 필수소비재, 바이오, 엔저수혜주 등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을 주로 처분했다.

◆일부 게임주 기대감 거둬들여

올 들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것으로 염려되는 종목들을 실적 발표 직전에 처분하는 경향이 코스닥시장에서도 강해지고 있다. 작년 11월 중순 에스엠과 올 1분기 GS건설 등의 실적 쇼크로 기관들에 ‘트라우마’(큰 사고 이후 겪는 정신적 외상)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실적은 연간 실적 추정치가 어느 정도 맞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라며 “1분기 실적 발표 직전에 기관들이 위험한 종목을 솎아내는 분위기가 올 들어 강해졌다”고 전했다. 코스닥시장은 단기 실적 변수보다 향후 성장 가치를 더 중시하지만 이런 기류를 바꿀 정도라는 것이다.

엔터주는 해외 공연 수익이 3~6개월 뒤 실적에 반영되는데 작년 하반기에는 이들 회사의 해외 공연이 없어 1분기 실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일부 모바일 게임주도 해외 진출에 따른 실적 기대보다 카카오톡 지급 수수료 부담, 기대에 못 미친 신작 출시로 걱정스런 시각이 부쩍 늘었다. 익명을 원한 한 애널리스트는 “초기에는 카카오게임 대응이 늦어서 그럴 것이라며 이해했는데, 컴투스 등의 실적 개선이 크게 이뤄지지 않자 투자자들의 긍정적 시각이 옅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실적 변동성에 주의

전문가들은 5월 한 달간 코스닥 기업의 실적 발표를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설 것을 권했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반적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밑돈 종목들의 비율이 전주보다 다소 높아졌다”며 “대형주와 중형주의 실적 예상치 하회 비율은 각각 66.7%와 62.1%인데, 소형주는 71.4%로 아주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부터 2년간은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의 실적 공시 기한이 분·반기 종료 이후 45일에서 60일로 늘어난다.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 발표가 5월 중순이 아닌 5월 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적 이슈가 예년보다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