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 종목을 '어닝쇼크'에서 건져냈나
업종 전반이 부진한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을 웃돈 종목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선방 이유는 다양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의 1분기 실적 선방 요인이 일회성인지를 따져보고, 향후 업종 전반의 업황까지 감안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과 다른 ‘전공’ 가진 삼성중공업 활짝

대부분 조선주의 1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매출 3조8879억원, 영업이익 4402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증권사 추정 평균 영업이익이 270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치보다 62.89%나 웃도는 성적이다. 단순히 추정치보다 실적이 좋을 뿐 아니라 지난해 성적도 뛰어넘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3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이 주력 선종인 드릴십(심해 또는 해상에서 원유·가스 시추 작업을 하는 선박) 매출 증가와 해양플랜트 호조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 중에서도 드릴십 부문에서 강점을 보여온 삼성중공업은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좋은 1분기 실적을 낼 수 있었다”며 “다만 향후 실적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장주 포스코가 시장 컨센서스에 가까스로 부합하는 등 부진했던 철강업종에서는 세아베스틸이 1분기 영업이익 313억원으로 시장 추정(영업이익 기준)을 11.15% 웃도는 성적을 냈다.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49.1% 줄긴 했지만 전반적인 업황 부진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주력 제품인 특수강 판매량이 지난해 4분기보다 27% 이상 증가한 덕분이다.

강태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탄소강은 공급과잉인 반면 특수강은 공급부족 상태였는데, 외국산을 제외한 국내 특수강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으로 1위인 세아베스틸이 수혜주가 됐다”며 “경쟁사 현대제철의 특수강 생산 확대는 2015년 중순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큰 영향은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타이어 원가 절감

자동차부품 업종에서는 한국타이어와 만도가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섰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업황 부진에도 고무 등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를 누렸다.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보다 11.29% 높게 나왔다.

한라건설 지원 논란에 휩싸였던 만도는 중국에서의 고성장, 마진이 높은 이란 수출 재개 등 해외 효과를 봤다. 시장 예상(767억원)보다 6.23% 높은 8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는 원가 하락 효과가 당분간 이어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만도 역시 2분기 이후 성수기 효과로 좋은 실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장 눈높이가 바닥이었던 덕분에…

정유·화학 부문에서는 SK이노베이션금호석유화학이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5% 줄어든 6975억원, 금호석유화학은 35.8% 낮은 782억원에 그쳤지만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바닥’이어서 선방 종목으로 꼽혔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종목의 1분기 실적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불안한 업황 등이 걸림돌이라는 분위기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과 금호석유화학 1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상당히 낮춰져 있었다”며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실적은 주력 제품원료를 저가에 사고 제품은 비싸게 팔았던 일회성 요인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