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다국적 제약사에 넘기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 회장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셀트리온을 최대한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주주를 찾겠다"며 "보유 중인 셀트리온 계열 주식을 이르면 5~6월 말께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서 회장 말대로 지분 매각이 진행되면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의 주인이 사실상 외국계 회사로 바뀌는 셈이다.

이번 서 회장의 지분 매각 결심은 그동안 회사 가치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셀트리온 측은 공매도 세력이 허위정보 유출을 통해 시세를 떨어뜨린 후 차익을 챙기려는 정황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 공매도는 2011년부터 급증했다. 셀트리온의 하루 총 거래량에서 공매도 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날은 2010년에는 단 하루에 불과했지만 201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4일, 26일로 크게 늘어났다. 공매도 비중이 20%를 넘는 날은 2010년엔 한번도 없었지만 2011년엔 5건, 2012년에는 10건이었다.

공매도량 급증과 더불어 특히 지난해에는 온갖 루머들에 휩싸였다. 분식회계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도주설, 임상실패설 등 루머들이 끊이지 않았다. 셀트리온은 지난해부터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올해 액면병합과 주식배당을 실시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28%와 셀트리온헬스케어(50.31%), 셀트리온지에스씨(68.42%), 셀트리온에스티(7.27%)를 보유하고 있다.이 세 회사는 셀트리온 지분 30.06%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주사격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20.69% 외에 셀트리온에스티(35.60%)와 셀트리온제약(31.6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전문가들은 서 회장의 이 같은 폭탄 발언의 진의와 효과 여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현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수자인 다국적 제약사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파악해야 하고 매도 가격도 적정 수준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경쟁관계인 보슈나 존슨앤존슨 등일 경우에는 부정적인 이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서 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은 상업화 기로에서 경영에 대한 피로감이 한계점에 달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매각 절차가 본격화됐을 때 조건들에 따라 회사 가치가 긍정적으로 재평가 받을 여지는 있다.

김 연구원은 "매각 가격 등 조건이 다국적 기업이 사업성을 인정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등까지 고려됐을 경우에는 회사의 신뢰도가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서 회장의 긴급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다국적 제약사에 경영권과 지분을 모두 넘길 수있다는 내용까지 나오자 장중 11% 이상 뛰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35분 현재는 셀트리온은 전날 대비 7.38% 오른 5만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