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은 배당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은 배당보다는 재투자나 현금확보를 더욱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낮은 배당수익률이 지속될 경우 주주의 투자 목적이 배당수익보다 시세차익을 얻는데 쏠리고 이는 증시의 변동성을 키워 투기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기업들 배당보다 현금확보에 치중
1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영증권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기준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31%에 그쳤다.

이는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 주요 8개국 증시와 비교해 최소 0.27%포인트에서 최대 2.66%포인트 정도 낮은 것이다.

국내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일본의 83%, 미국의 54%, 나머지 6개국의 33∼42% 수준이다.

11개 업종별 대표 종목의 배당수익률을 봐도 미국과 일본 경쟁기업들의 50.3%에서 52.1%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이토록 낮은 것은 기업이 배당보다 현금 보유나 재투자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작년 국내 기업들은 배당금을 줄였을 뿐 아니라 재투자도 하지 않은 채 현금 쌓기에만 급급했다.

이달 25일 기준으로 배당금액을 확정했거나 예고한 884개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지급 예정 배당액은 총 12조6천652억원으로 작년보다 3.9%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조사 결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147곳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IFRS 연결 기준)는 126조7천73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의 92조3천906억원보다 37% 늘어난 금액이며 규모로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기업의 현금보유량이 증가한 것은 작년 경제성장률이 2.0%로 떨어지고 부동산을 포함한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짐에 따라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배당 여력이 있는데도 유보금으로 쌓아 두는 경우가 있다"고 진단했다.

◇ 배당보다 시세차익 노려 투기성 심화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수익률은 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증시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것으로 의미한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수익률이 낮은 것은 기업 경영에서 소액 주주의 입장이 잘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투자자는 배당보다 주가 변동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증시의 거의 유일한 수익원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정 연구위원은 "주식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배당과 시세차익 두 가지인데, 국내에서는 배당투자의 의미가 많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배당 수익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는 현실은 증시의 전반적인 투자 기간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곧 주가 변동폭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보다 주가 변동에 의한 투자가 많으면 증시에는 단기성 투자자금이 몰리게 되고 결국 증시의 주가 변동성이 커져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증시의 질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배당을 확대해 투자자의 자금운용 방식이 단기 시세차익보다 장기 배당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에 무조건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외국의 사례처럼 국가가 나서서 상장기업의 배당률이 일정 비율 이상이 되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주로서 연기금의 의결권을 더욱 강화해 배당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유보금을 줄이고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faith@yna.co.kr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