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 매물이 번번히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강세장 속에서도 외국인의 외면 속에 '왕따' 당하는 코스피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답답한 모습이다.

27일 오전 11시6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매도세를 늘리며 987억원 순매도를 기록중이다.

뉴욕증시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주택가격과 내구재 지표 호조로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음에도 외국인의 매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일 이후 꾸준히 코스피에서 주식을 팔아왔다. 지난 27일까지 14일 동안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왜 유독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우는지, 언제까지 팔 것인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 원인으로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과 FTSE 지수 조정 등의 수급적인 이슈, 새 정부의 정책 공백, 북한 위협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유로존 위기로 인한 위험자산 회피 등을 꼽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수급 이슈로 보인다.

오는 28일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종합경기부양책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새정부 들어 불거진 정책 공백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로존 리스크 역시 키프로스 구제금융이 합의되면서 완화되는 모습이다.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는 최근 들어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면서 전에 없이 오래 증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도 북한이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했다고 밝혀 장중 지수가 출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임상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사이버테러 이슈가 있었을 때 주가의 흐름을 보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며 "지정학적 불안은 한국 시장에 만성적인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외국인 수급, 특히 프로그램 물량이다.

지난 7일 이후 외국인 매도 물량 2조8000억원 중 절반인 1조4000억원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중 차익거래는 1900억원이었으며, 비차익거래는 1조22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선물과 연동돼 기계적인 매매를 하는 차익거래와 달리 비차익거래는 시장을 통째로 매매(바스켓 매매)하는 것이어서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점차 진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동안 프로그램 비차익 매도세의 상당 부분은 뱅가드 벤치마크 조정에 따른 한국물 비중 축소 물량에 더해 FTSE 지수 3월 정기조정에 따른 물량이 겹치면서 일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FTSE 조정에 따른 물량은 지난 15일을 정정으로 거의 소화된 상태"라며 "프로그램 차익 물량만 줄어들면 코스피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는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외국인 물량 중 개별 종목과 프로그램 비차익거래에 따른 매도 물량은 크게 감소하고 있는데, 최근 차익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크게 감소세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 애널리스트는 "차익 매물의 경우 선물과 연동된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한국 주식에 대한 순수한 매도세는 이미 꺾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