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등기이사 선임을 주총에서 다룰 수 있겠습니까?”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임기가 끝났거나 임기 만료일이 닥친 등기이사 7명의 재선임이나 교체가 주총 안건에 왜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거래소는 다른 거대 공기업처럼 여론의 관심을 많이 받지 않는 데다, 상장법인도 아니어서 주총 안건의 상세 내용이 잘 공개되지 않는다.

임기를 마친 등기이사는 사내이사인 진수형 경영지원본부장, 사외이사인 조인호 덕성여대 부교수, 장범식 숭실대 교수, 박상찬 경희대 교수 등 4명이다. 여기에 5월1일자로 임기가 끝나는 김진규 유가증권시장본부장, 김도형 시장감시위원장(이상 사내이사), 4월30일까지가 임기인 사외이사 이맹기 씨도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이나 교체가 결정돼야 한다. 거래소는 통상 3월 말 정기 주총에서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등기이사를 포함해 재선임 여부를 물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들 등기이사의 진퇴 결정이 보류됐다. 박근혜 정부가 ‘전문성’과 ‘국정철학 공유 여부’ 등으로 공공기관장들의 신임을 묻겠다고 하면서 오는 12월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된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도 자리를 유지할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 선임도 이사장 의사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김 이사장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총에 이사 선임 건을 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키움증권 대표까지 지내 ‘전문성’에선 모자람이 없다는 게 주변의 일치된 시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이정환 전 이사장이 중도하차하면서 임명된 ‘전력’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거래소 간부들은 새 정부 내 분위기를 읽느라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