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회사 측에 무상증자 실시 등 주주가치 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보유 지분이 적을 뿐 아니라 회사 측과 다툼을 벌일 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회사 측에 비해 법률·회계적인 지식이 적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일반 개미들이 서로 힘을 합쳐 주주로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수십~수백 명의 일반 개미들이 보유 지분을 한데 묶는 방식으로 일종의 ‘연합 슈퍼개미’가 되는 것이다.

코스닥 자동차부품업체 SG&G는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당 300원 배당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배당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소액주주들의 주주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SG&G 소액주주 27명은 연대해 회사 지분 8.93%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상태다.

자동차부품업체 세동의 소액주주들은 경영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감사를 선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9일 열릴 주총에서 박대흠 회계사를 감사 후보로 추천해 경영진과 표대결을 벌일 계획이다. 옥외광고형 원단제조업체인 스타플렉스 소액주주들은 지난 1월부터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한 무상증자나 액면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사례도 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액면분할(5000원→500원)을 받아들였다.

이들의 뒤에는 2009년 문을 연 소액주주 운동 전문업체인 네비스탁이 있었다. ‘소액주주 대변인’을 자처하는 이 회사는 상장사별로 주주경영위원회 구성을 지원하고, 소액주주 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보고서도 내고 있다. 지금까지 한성엘컴텍 케이씨피드 삼양옵틱스 등 20여개 기업의 소액주주들을 도와 액면분할, 무상감자 비율조정 등을 관철시켰다.

서울인베스트는 소액주주와 함께 대주주의 편법적인 상속·증여 문제를 파고드는 업체다. 2009년 1700여명의 소액주주와 함께 중장비 부품업체인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건 주체도 이 회사였다. 법원은 진성티이씨가 키코(KIKO) 거래에 따른 손실을 누락시키는 바람에 주가가 반토막이 됐다는 점을 인정해 주주들에게 29억원의 배상금을 주도록 판결했다.

김태호/심은지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