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최고 징역 15년형…"처벌까지 몇년씩 걸리기도"

작년 금융감독원이 직접 인지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사건이 한국거래소를 거쳐 통보된 사건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절차를 거치는 동안 주가조작 등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주가조작 범법자를 엄단하기 위한 조사, 적발, 처벌의 단계를 거치는 동안 최대 2∼3년씩 걸리는 사건이 적지 않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 금감원, 주가조작 신속대응 위해 인지사건이 과반
1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인지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사건은 145건으로 거래소에서 통보해주는 사건(126건)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금감원 자체인지 사건은 2009년 55건으로 거래소 통보사건(180건)의 30.6%에 그쳤고 2010년에는 자체인지 65건, 거래소 통보 129건, 2011년에는 자체인지 71건, 거래소 통보 151건 등으로 격차가 컸다.

보통 주가조작 사건은 거래소에서 적발해 금감원과 증권선물위원회에 통보하고 정식조사와 심의를 거쳐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 제재를 위해 검찰에 고발·통보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금감원이 민원이나 자체 인지를 통해 직접 혐의를 포착하기도 하지만 기존에는 거래소 통보 절차를 거친 사건이 많았다.

그러나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점차 지능화하고 대형화되자 금감원이 거래소 통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조사에 나서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작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에 기승한 시세조종과 증권정보사이트 및 증권방송 등을 통한 신종 주가조작 수법이 기승을 부리자 금융당국도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SA), 프랑스 시장규제위원회(AMF)는 주가조작 단서를 포착하면 예비조사 등의 사전절차 없이 곧바로 조사에 나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일본 금융청은 한국의 거래소와 금감원이 함께 하는 사전조사를 벌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 등에 좀더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신속한 조사를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자체인지 조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주가조작 최고 징역 15년…"실제 처벌은 솜방망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범죄의 형량은 최고 징역 15년에 달한다.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해 3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하면 일반 사기범죄보다 가중 처벌돼 형량 범위가 징역 9∼15년이 되도록 작년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가중 처벌 기준으로 부당이득 규모에 따라 50억∼300억원은 7∼11년, 5억∼50억원은 4∼7년, 1억∼5억원은 2년6월∼6년, 1억원 미만은 1년∼2년6월 등이다.

일반 사기범죄보다 가중 처벌되는 것은 주가조작 범죄가 일반투자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또 주가조작 사건이 갈수록 증가해 전 재산을 날리고 자칫 목숨을 끊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검찰에 고발·통보한 전체 주가조작 사건은 76건으로 전년보다 62% 급증했다.

정치테마주 등에 대한 조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가조작이 '한탕'을 노린 범법자들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가 종결된 사건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소율은 2009년 73.7%, 2010년 80.2%, 2011년 73.6%, 작년 82.4%로 높아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실제 처벌은 집행유예나 사회봉사명령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증권·금융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며 양형 기준이 높아진 면도 있다.

청와대가 주가조작 범법자의 엄단을 위해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관련 부처에 지시했고 사회에서 더욱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향후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사건이 지체되며 증거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실제 처벌하려고 봤더니 이미 파산해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법도 없어 실질적인 처벌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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