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1일 오후1시24분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52세 사업가.’

슈퍼개미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1일 현재 상장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슈퍼개미 27명과 작년 1월 이후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들고 있다가 처분한 개인투자자 9명 등 모두 36명이 금융감독원에 자신들의 신상에 대해 공시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투자자 저변 확대

슈퍼개미 36명 중 36%(13명)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철원, 전남 담양 등 지방 거주 슈퍼개미 비중은 25%(9명)였다.

연령은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최고령은 삼일제약에 투자한 최창열 씨(77)다. 의약품 도매사업을 하는 최씨는 약사인 친인척들과 함께 삼일제약 지분 8.36%를 보유하고 있다. 최연소 타이틀은 가구업체 팀스의 최대주주인 김준호 씨(32)에게 돌아갔다. 로만손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정성훈 씨(34), 하이트론씨스템즈 지분을 19.69% 보유한 한세희 씨(37)도 30대다.

직업으로는 사업가(52.7%)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주부 의사 교사 등으로 저변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보락과 태원물산 지분을 각각 9.15%와 5.16% 보유한 최경애 씨는 금감원에 제출한 지분공시 보고서의 직업란에 ‘주부’라고 써냈다. 최씨의 동생 성애씨(자영업자)도 이-글벳의 지분 10.2%를 갖고 있다. 두 자매가 보유한 세 회사의 지분가치는 약 6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지분 4%를 장내에서 처분한 김미숙 씨도 주부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지분을 보유했다가 지난 1월에 매도한 김수유 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가치 1000억원이 넘는 사람도

증권맨 출신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울트라 슈퍼개미’로 통한다. 박 대표가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지분의 현재가치(8일 종가 기준)는 666억원에 이른다. 그가 5% 이상 들고 있는 상장사는 참좋은레져 태평양물산 조광피혁 에스피지 와토스코리아 대동공업 등 6개다. 삼천리자전거 등 5% 미만 보유 지분까지 합치면 현재가치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중견기업 오너를 능가하는 규모다.

중견그룹을 이끌면서 개인적으로 투자활동을 벌이는 큰손도 있다.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은 2010년 나우콤 지분 5.78%를 장내 매수했다. 나우콤은 이후 인적분할로 윈스테크넷과 분리됐고, 이 회장은 2011년 윈스테크넷 지분 0.8%와 나우콤 지분 2%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같은 해 이 회장은 일신바이오베이스 지분도 6% 가까이 보유했다가 한 달 만에 팔았다.

코스닥 상장사 오상자이엘의 오너인 이동현 회장도 ‘드러나지 않은 큰손’으로 불린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다날 주식을 장내에서 5%가량 매수한 뒤 최근 일부를 처분했다. 유준원 세종저축은행 대표는 사모펀드(PEF)처럼 기업 경영권을 사들인 뒤 회사를 통째로 되파는 ‘통큰 투자’로 유명하다. 유 대표는 2009년 코스닥 상장사 씨티엘 경영권을 인수한 뒤 2년 만에 되팔아 8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얻었다. 같은 해 인수한 텍셀네트컴 지분도 35%(시장가치 200억원) 갖고 있다.

○슈퍼개미 갈수록 증가

슈퍼개미의 등장은 증시에서 해당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한다. 안랩에 투자해 5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둔 원종호 씨가 대표적이다. 원씨는 2008년 2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주당 평균 1만2900원(총 140억원)에 안랩 주식 108만4994주(지분율 10.8%)를 사들였다. 안랩은 ‘슈퍼개미가 찜한 종목’이란 호재에다 창업자인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대통령 출마설이 겹치면서 거침없이 올랐다. 원씨는 작년 1~3월 주당 평균 11만8000원에 58만4994주를 팔아 690억원을 손에 쥐었다. 나머지 주식 50만주를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11일 종가(8만6300원) 기준 431억원에 이른다. 140억원을 투자해 980억원 안팎의 이익을 얻은 셈이다.

지난해 가구회사 팀스에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를 펼쳤던 김성수 씨는 슈퍼개미 타이틀을 악용해 시세차익을 거둔 경우다. “회사의 잘못된 경영행태를 바로잡겠다”던 그는 팀스 지분을 10%까지 확보했다 주가가 오르자 지분 5.01%를 장내에서 처분하고 잠적했다. 김씨를 믿고 뒤늦게 추종매수한 개미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김씨는 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증권업계에선 슈퍼개미란 타이틀을 활용해 큰 돈을 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슈퍼개미들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0억원가량을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한 슈퍼개미는 “코스닥 상장사 지분을 5% 또는 50억원 이상(7월부터 4% 또는 40억원 이상으로 강화될 예정) 보유할 경우 대주주로 간주돼 주식 매도 때 시세차익의 20%(1년 미만의 경우 3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며 “상당수 슈퍼개미들은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여러 상장사 지분을 5% 미만씩 쪼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중 일부는 슈퍼개미로 전면에 나설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양도세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수면 위로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호/심은지/오상헌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