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의 강한 상승세가 ‘시퀘스터(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 돌풍’을 만나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시퀘스터로 미국 소비심리 악화, 내구재 수요 감소가 우려돼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 수출주의 미국 판매 실적도 동시에 나빠질 수 있어서다. 소비심리와 관련성이 높은 고용·주택지표 등 미국 경제지표의 회복 속도가 늦춰지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 수출주 악영향 우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2월25~28일) 코스피지수는 7.60포인트(0.38%) 오른 2026.49에 마쳤다. 코스피지수 상승세의 밑거름은 원·달러 환율 안정,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미국 경제지표 개선 등이었다.

이번 주는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다소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연방정부의 시퀘스터 때문이다. 국방예산이 삭감되는 재정의 절반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재정감축분이 미국 내 소비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퀘스터로 미국 공무원 월급과 숫자가 줄고 사회보장제도가 축소되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고화질TV 노트북 자동차 등 미국 내구 소비재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수출주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퀘스터 때문에 미국 소비심리 회복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며 “엔저가 주춤하면서 다소 개선됐던 수출주 업황이 다시 어두워지고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을 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지수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 경제지표 개선세도 둔화될 수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시퀘스터로 인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분석했고, 한국은행은 0.3~0.6%포인트 하락을 점쳤다. 오 센터장은 “소비심리 부진은 주택가격과 고용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며 “시퀘스터는 미국의 3~4월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며 코스피지수의 상단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 악재’ 분석도 나와

시퀘스터의 부정적인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코스피지수가 숨고르기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한국 수출주 실적에 부정적이었던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1080원대에서 진정되고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미국 정치인들의 다툼보다는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큰 추세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것처럼 미국 시장에서는 (시퀘스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아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장기간 제한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퀘스터보다는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등 이번 주 열리는 정치 이벤트에서 나올 국정 운영방향과 유럽의 이탈리아 총선 결과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