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달구는 삼성전자 고점 논쟁…증권사, 매수 → 중립 낮춰
신영증권은 지난 25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로 165만원을 제시했다. 증권사의 관행에 비춰보면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한화투자증권은 같은 날 삼성전자 주가가 185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논쟁의 초점은 스마트폰 사업이 지금까지와 같은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스마트폰 사업 정점 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2일 157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를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서 137만2000원(1월28일)까지 떨어졌다. 최근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 20일에는 150만원을 재돌파했다. 26일에는 등락을 거듭하다 전날보다 0.20% 하락한 152만70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집중 매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고점에 이르고 있다고 보는 주된 이유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독과점적 지위가 흔들릴 때가 됐다는 점이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위원은 “작년 12월 글로벌 시장의 전체 휴대폰 판매량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며 “앞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작년 2분기에 32.3%를 기록한 이후 4분기에 29.0%까지 하락한 것도 좋지 않은 징조”라고 지적했다.

반면 LG전자와 HTC뿐 아니라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 화웨이 ZTE 등 후발 주자들은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한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세계 각국의 통신사들은 지금처럼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것보다 가급적 많은 제조사들이 분점하는 것을 원한다”며 “LG전자를 비롯한 후발 주자들이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작년 4분기 5조4400억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올 4분기에는 3조8400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8조8400억원에서 7조68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독주체제 당분간 지속”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러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는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210만원을,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190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들은 우선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든 건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의 지배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애플의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며, LTE폰 판매 호조로 고가 스마트폰 비중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오는 4월 출시되는 갤럭시S4의 예상 판매량이 갤럭시S3(약 5000만대)의 약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던 반도체 사업부와 디스플레이 사업부가 올해는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오는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10조원대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이들은 전망했다.

안성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엔저 속도가 완만해지면 삼성전자 주가는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