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최근 증시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대형 수출주에 악재가 되고 있는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완만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28일 오전 11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지만 장중 91.25엔까지 올라 2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엔·달러 환율이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90엔대를 돌파해 91엔대마저 웃돌면서 국내 수출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에 대형 수출주들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2.47% 급락중이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자동차 대형주들 역시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5일 이후 10거래일만에 10% 넘게 떨어졌다. 현대차도 최근 사흘 연속 하락하면서 단기간에 9% 이상 급락했다.

이 같은 환율 흐름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서는 등 글로벌 선진국들이 너도나도 돈을 푸는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환율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가장 큰 피해국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이에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정부가 환율 움직임을 완만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당장 돈을 풀기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 원화강세 때문에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환율을 인위적으로 고정시키거나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일정한 환율 목표를 세우고 강경하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원화 가격을 완만하게 조정하는 것에 정책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이 센터장은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춰봤을 때 타당한 환율 수준이 있는데, 이를 무조건 조정한다는 것은 부작용이 있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막대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며 환율 절상에 손해를 보는 측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개입 강도를 조절해가며 목표치보다는 속도조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주요국들이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특히 새정부 전의 과도기적 상황이라는 특수성도 있다"고 전했다.

오 센터장은 "다만 정부가 최근 토빈세나 채권거래세 도입, 역외선물환(NDF) 시장 규제 등을 검토하는 등 환율에 대해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돈을 푸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 수출기업들에 수혜가 돌아갈 수 있는데 우리 기업들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맞추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