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에는 기업들의 강한 이익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설비 투자를 늘리거나 신규 사업에 진출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는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해당 업황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고, 경영진의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규 사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무리한 투자를 단행하는 상장사도 있어 투자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제적 설비 투자 눈여겨봐야

국내 가치주 투자의 본산이라 일컬어지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부사장은 작년 한 해 9947억원의 공모펀드를 굴리며 평균 18.8%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4% 상승, 이 부사장의 수익률이 두 배가량 높았다. 그러나 올해 이 부사장은 목표수익률을 7%로 대폭 낮췄다. 저성장시대에는 이익 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종목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과감히 설비 투자를 늘리거나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을 선별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를 압박하던 불확실성이 개선되고 금융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이 위험자산 투자로 선회하면 선제적 설비 투자 확충이 상당한 성장성을 보장해줄 것이란 분석에서다. 홍승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가운데 지속적인 이익 증가와 투자 축소로 사내유보금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나 설비 투자를 재개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곳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주로 공장 증축, 기계장비 구매, 연구소 신축 등 신규 시설 투자를 통해 성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스마트폰 연성회로기판(FPCB) 전문업체 비에이치가 대표적이다. 비에이치는 지난 15일 자기자본의 13.74%인 84억원을 FPCB 자동화시설 확충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의 주문 다변화와 증설 계획 등을 감안하면 올해 2분기 말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SK케미칼 등 신사업 진출 눈길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업체들도 주목된다. SK케미칼이 대표적이다. SK케미칼은 지난달 20일 2300억원을 들여 친환경 고기능 플라스틱 소재(PPS) 생산설비를 울산 공장 안에 건설하기로 했다. 김나연 대우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소재인 PPS와 바이오디젤 사업 확대로 그린케미컬사업부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부품업체 아바텍도 최근 터치스크린 패널을 신규 사업으로 잡았다. 투자금액은 25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49.8%에 달한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원은 “터치스크린 패널 사업 진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본격적인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뉴팜 SK가스 광동제약 한국테크놀로지 등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신규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한편 일부 상장사는 신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돌연 취소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금속 단조 전문업체 마이스코는 지난해 11월 NUI(Natural User Interface) 사업에 신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4일 돌연 취소해 주가가 10.23% 떨어졌다.

장규호/황정수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