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24일 오후 1시21분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주요 공기업이 부채비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 정부가 공기업들의 엄격한 부채 관리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공기업들은 이를 위해 새로운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보다는 자산 매각과 영구채(하이브리드채권) 발행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IB)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공기업 특수’를 노리고 있다.

○“자산 매각 컨설팅사 구합니다”

24일 IB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이달 초 모건스탠리 JP모간 등 주요 글로벌 IB들에 ‘제너럴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너럴 자문사는 포괄적인 M&A 재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와 다른 점은 해외 자산 인수뿐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자산 매각 전략에 대해서도 자문을 원한다는 점이다. IB 관계자는 “매년 해외에서 조원 단위 M&A를 추진해온 석유공사가 어떤 자산을 매각할지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이 올해는 대형 M&A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내에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기업들은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영구채 발행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자본으로 인정받아 부채비율을 끌어내릴 수 있어서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말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으로 부채비율을 20%포인트 이상 떨어뜨렸다. 작년 10월 공기업 중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 서부발전은 추가 발행을 검토 중이다. 공기업 영구채는 두산인프라코어 등 민간 기업의 영구채와 달리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영구채 발행도 적극 검토

기업별로 검토 수준에 불과했던 부채 관리 대책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에서 ‘공기업의 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의 RFP를 받은 글로벌 IB 관계자는 “RFP를 받은 뒤 사흘 만에 이메일로 초안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계획을 급하게 추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공기업들의 불안심리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결국 무산됐지만 가스공사가 5조2000억원 규모의 미수금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려고 했던 것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마케팅 효과가 컸다. 가스공사 미수금 자산 유동화 증권 발행에는 국내 7개 대형 증권사가 주관사 역할을 맡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내부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제동을 걸 정도로 논란이 다분한 계획이었다”고 털어놨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LH가 IB의 최대 고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는 약 142조원으로 대형 공기업 중 가장 많고 부채비율(465%)도 가장 높기 때문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