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 하락의 충격파가 한국의 수출 주력 업종인 자동차산업을 덮치고 있다. 작년 초만 해도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많았던 현대·기아자동차는 올 들어 일본 업체들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엔저(低)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과 한국의 수출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엔저 충격이 자동차에 이어 다른 수출 업종으로 번지면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현대차기아차의 달러 기준 시가총액(종가 기준)은 각각 449억3300만달러, 20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두 회사를 합친 시가총액은 656억5300만달러로 작년 10월 말 시가총액(679억달러)보다 23억달러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 도요타의 시가총액은 1324억달러에서 1626억7500만달러, 폭스바겐은 1066억달러에서 1070억8400만달러, 혼다는 542억달러에서 676억11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시가총액 순위는 작년 하반기 3위에서 4위로 하락했다. 환율 변동 여파로 주식가치가 하락한 결과다.

작년 10월 100엔당 1374원이던 원·엔 환율은 이달 중순 들어 1190원대로 급락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현대차 수출량은 한 해 1만대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엔저 충격이 자동차에 이어 다른 업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이달 20일까지 수출액은 26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88억7000만달러)보다 9.89%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엔저 현상과 관련, “한국과 일본이 수출 시장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다시 한번 벌이게 됐다”며 “엔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두 나라의 대결은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이 고용 창출과 2·3차 산업에 미치는 후방 효과가 큰 만큼 엔저 충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등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진다”며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환율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태명/안재광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