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펀드 운용하기가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주식형 액티브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작년 말 이같이 고충을 토로했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 경기 둔화, 미국 재정절벽 등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온 탓에 개별 종목 주가를 예측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얘기였다.

실제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액티브펀드 수난시대’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형 공모 펀드 중 액티브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간 수익률은 7.13%에 그쳤다. 작년 코스피지수 상승률(9.38%)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날고 기는 주식 투자의 베테랑들이 1년간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시장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578개에 달하는 액티브펀드(설정액 50억원 이상) 중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양호한 성과를 낸 펀드는 149개로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선전했다. 인덱스펀드의 작년 수익률은 11.40%로 액티브 펀드의 두 배에 가까운 성과를 올렸다.

투자자들의 돈도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갔다. 최근 5년간 인덱스펀드에는 11조7898억원이 순유입된 반면 액티브펀드에서는 25조528억원이 순유출됐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전체 시장에 비해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며 “개별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대비 ‘+α’의 수익을 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