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엔당 원화 환율이 1979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내년에도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자동차 등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서울 외환시장 폐장일인 28일 100엔당 원화 환율은 1238원26전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485원16전과 비교할 때 올 들어서만 246원90전 떨어졌다. 하락률이 16.6%에 달한다. 2차 오일 쇼크가 터진 1979년(-19.41%) 이후 최대 낙폭이다.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과 엔화 가치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가 맞물린 결과다. 올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7.0% 올랐다. 반면 일본 엔화는 8.8%나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 원·엔 직거래 시장이 없기 때문에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비교해 계산한다.

원·엔 환율은 올해 6월까지만 해도 1500원 선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무제한 돈풀기(양적완화)’로 약세로 전환했다. 특히 최근 총선에서 압승한 일본 자유민주당이 엔화 약세 정책을 펴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문제는 내년에도 원·엔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 주가는 이 같은 우려로 급락세를 보였다. 삼성증권은 ‘엔화 약세의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현재 86엔대인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 110엔까지 오르면 항공(-46.6%), 철강(-4.4%), 자동차(-4.2%) 등의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