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일정을 시작한 20일 주식시장에서는 그가 후보 시절 내놓은 정책과 공약에 따라 종목 간 희비가 엇갈렸다. 박 당선인이 지원과 규제 완화를 약속한 업종은 개장과 동시에 상승세로 치고 나간 반면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구성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책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정책 수혜주 윤곽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 및 전기·가스업 상승폭 커

건설은 이날 3.57% 올라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대우건설이 4.80%, GS건설이 4.30% 올랐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도 각각 4.01%와 3.71% 상승했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다. 박 당선인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보유세 인상 반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반대 등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정부의 기본적인 부동산정책 방향은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우호적인 제스처를 내비치고 있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3.83%, 서울가스가 3.81% 오르는 등 전기·가스 업종도 정책 기대감에 크게 상승했다. 박 당선인이 전력난 타개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함에 따라 한전의 전기요금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황창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이용 목표량 증가로 한국가스공사가, 발전설비 증설량 상향 조정으로 한전KPS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 증권 업종도 기대

손해보험 업종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낙선에 따른 안도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문 후보가 ‘의료비 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내세우면서 그동안 민영보험 영역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손해보험사 주가에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치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문 후보의 낙선으로 민영보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박 당선인의 경우 민영 병원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업 진출 허용 기대감도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보헙 업종은 2.39% 올랐다. 종목별로는 동부화재가 6.31%로 가장 상승폭이 컸고 현대해상(5.79%) LIG손해보험(5.02%) 등이 뒤를 이었다.

증권 업종도 KTB투자증권이 4.63% 오르고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3.86%와 3.60% 상승하는 등 우호적으로 반응했다.

◆대기업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

현대글로비스는 순환출자 해소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2000원(0.91%) 오른 22만20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그룹이 문 후보의 공약대로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주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이 사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기로 한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은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SK는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도입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500원(0.29%) 오른 1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임근호/유승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