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경제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염과 중국 경기회복의 지연,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이슈 등에 따라 실물경제의 반영은 이제부터라는 비관론도 확대되고 있다. 그 어느때 보다 변동성은 커지고 있고, 투자심리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 시대의 증시 향배와 핵심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10월 이후로 G2(미국, 중국)의 경기 회복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 경기 민감주(株)로 다시 관심을 돌려야 할 시기입니다. 다만 모멘텀(상승동력)뿐 아니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여 정보기술(IT) 하드웨어와 자동차주 위주의 비중 확대가 필요합니다."

윤 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ㆍ사진)은 "요즘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내년 주식시장을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낙관적인 시나리오 전개를 예상해야 할 시기"라면서 "일차적으로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가 이전의 QE2와 다른 방식의 증시 부양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QE2 당시는 이머징 마켓의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과 동시에 자산가격 버블 우려까지 번지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최근 상황은 이머징 마켓조차 경기급락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부담 역시 사그라들고 있어 일방적인 자본유입 가능성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윤 전무는 "한국과 같이 경기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비교적 견조한 국가들의 경우 건전성을 기반으로 한 선진국 자금의 재유입이 갈수록 규모는 물론 속도 역시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G2의 경기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민감주에 대한 점진적인 비중 확대 전략이 꼭 필요한 시기라고 윤 전무는 권했다.

그는 "경기 방어주 대비 민감주의 상대적인 주가순자산비율(P/B)은 그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때처럼 유래 없는 글로벌 리세션(경기후퇴) 사례를 제외하면 1.2배에서 중기 저점을 확인했다"며 "그런데 현재는 2010년 이후 최저인 1.1배에 근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대 P/B는 글로벌 구매자관리지표(PMI)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는데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G2의 경기 회복 신호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엔 경기민감주에 대한 비중 확대가 이뤄져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경기민감주 중에서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IT하드웨어와 자동차 섹터(업종)가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차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올해는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해 G2의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제약, 유틸리티 등 경기 방어주와 필수소비재 등이 시장 상승을 주도한 반면 산업재와 소재 등 경기 민감주들은 대체로 시장 대비 초과 하락을 기록했다"며 "2013년부터는 이러한 시장 패턴의 변화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올 하반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과 미국의 QE3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경기위험 방어를 위한 정책공조가 집중된 효과가 내년부터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무엇보다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낮아진 경기 민감주의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역시 경기 민감주 투자에 매우 우호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윤 전무는 또 "향후 10년 간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은 구조적인 변화 위주로 지속될 것이지만 시장의 기대가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어 중국 소비관련주의 밸류에이션 수준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따라서 '성장' 보다는 '위험프리미엄의 재평가'가 증시 내 투자 논리를 지배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윤 전무는 "아직까지 일부 투자자들은 과도하게 성장률에만 얽매인 끈을 놓으려 하지 않고 '경제성장률≒주가상승률'의 등식을 맹신하고 있다"면서 "만약 이러한 직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대다수 투자자들이 내년 증시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P/B와 P/E 등을 종합해 볼 때 2013년 적정 코스피(KOSPI)의 범위는 1900~2300선으로 분석됐다. 그는 "이는 본질가치의 밴드 상단과 수익가치의 밴드 하단을 반영한 것인데 일각에선 밴드 저점과 고점의 폭이 21%로 다소 과도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 증시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보수적인 수준"이라고 전했다.

최근 5년간 KOSPI의 연간 등락 범위는 62.3%에 달하며 2000년 이후로 기간을 확대하더라도 6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윤 전무는 "무엇보다 2012년 연간 지수의 등락범위가 상대적으로 줄어드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는 더욱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