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거래량이 국내 주식시장의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 1월∼1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MTS 거래가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의 8.5%보다 큰 폭으로 성장한 15%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거래량 비율은 고작 1.6%포인트 올라가는데 그쳤다.

이처럼 MTS 주식거래가 HTS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으며 추세로 자리 잡자 증권사들은 MTS 기능을 다양화하고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고객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증권사의 경쟁과 스마트폰 대중화 덕에 MTS 거래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지만 전산 장애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피해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제는 MTS 시대"…증권사, 고객확보 경쟁 치열
MTS 거래 비율이 해마다 급속하게 상승하면서 MT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대형사부터 중소형사까지 MTS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행사를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연말까지 이 회사의 MTS인 'mPOP'으로 5천만원 이상 금융상품을 가입한 고객에 대해 모바일 주식거래 수수료를 3개월간 면제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유진투자증권도 최근 태블릿PC용 MTS를 개발하고 은행 연계 신규고객에 내년 2월까지 MTS를 포함한 온라인 거래수수료를 1년간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시행하고 있다.

SK증권은 주식차트 확장, 종목 토론ㆍ포털검색, 사용자 맞춤 메뉴배치 기능부터 영어회화 학습프로그램까지 다양한 기능을 집약한 MTS '주파수2'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MTS를 통한 거래 급증을 추세로 인정하고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우다희 연구원은 "스마트폰 보급과 더불어 주식거래 방식이 HTS에서 MTS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MTS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증권사 중 일부가 역마진을 겪기도 하지만 고객을 확보해 선점효과를 노리고자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이벤트를 펼피고 있다"고 말했다.

또 MTS 시장점유율이 높은 키움증권 등에서는 실제로 MTS가 수수료를 통한 수익창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우 연구원은 덧붙였다.

최근 불거졌던 KT의 이트레이드증권 인수설 배경에도 MTS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KT가 포화상태에 이른 이동통신사 시장의 대안처로 증권업을 선택한다면 이는 KT가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MTS를 구축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계획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금융당국, MTS 피해에 '뒷짐'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증권사 고객유치 경쟁에 힘입어 향후 MTS의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 보호를 책임져야 할 금융당국은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MTS 관련 투자피해 해결에는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MTS 관련 민원이나 분쟁은 주로 전산장애에 관련한 사례가 많다.

사용자가 접속 지연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거나 매도ㆍ매수 주문을 냈지만 제대로 입력되지 않은 탓에 주식거래에 실패하는 경우 등이다.

문제는 이런 전산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람이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MTS 전산장애의 경우 단순히 증권사와 사용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통신망을 제공한 이동통신사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등 관련자가 많아 누구의 책임인지를 입증하기가 복잡하다.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실 관계자는 "관련 분쟁이 들어오면 피해가 발생한 시각에 다른 곳에서 유사한 피해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IP도 추적하지만 명확하게 책임을 입증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금융감독원도 피해 해결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과 IT(전기전자) 감독국 관계자들은 "MTS에 대한 개별적 감독체계는 없고 HTS와 아울러 금융전산망에 대한 최소한의 보안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증권사에 피해 고객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어 증권사가 전산기록을 제공하도록 중재하고 있다"면서 금감원의 역할은 책임 입증이 아닌 분쟁 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분쟁조정 역할과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뒷짐만 질 것이 아니라 MTS 피해사례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전산장애는 금융소비자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닌데도 법적인 이유를 들어 소비자가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자금융 부문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감시ㆍ감독할 금융당국에는 IT 전문가가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MTS 관련 피해가 발생하면 전산장애 화면을 캡처하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매매하려던 종목명, 수량, 가격 등을 기록해 매매의사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