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사회적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할 ‘사회적 거래소(social stock exchange)’ 설립을 추진한다. 사회적 거래소가 개설되면 환경 고용안정 지배구조 등 사회적 가치 추구를 핵심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4일 정부예산 지원 외 사업자금조달 채널이 없는 사회적 기업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거래소를 2014년 개설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운영방법 설립방식 등을 확정하고 2014년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사회적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자본시장의 핵심기관인 만큼, 최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거래소 도입 여부를 검토해왔다”며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최근 그 결과를 받아 사내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프로젝트별로 단순 기부자금을 중개하는 기능은 손쉽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에 근거, 정부로부터 고용인력 1인당 100만원씩 3년간 지원받는 것 외에 다른 자금조달 통로가 없다.

◆‘프로젝트 상장형’ 우선 도입

사회적 거래소의 형태는 크게 △사회적 기업의 특정 프로젝트 지분과 자금제공자(기부자)를 중개해주는 ‘사회적 프로젝트 상장형’ △현 거래소처럼 사회적 기업의 주식·채권 등을 상장·유통시키는 ‘사회적 기업 상장형’ 등 두 가지다.

거래소 관계자는 “2003년 브라질에서 첫선을 보인 세계 각국의 사회적 거래소는 대부분 프로젝트 상장형”이라며 “프로젝트 상장형을 도입한 뒤, 성과를 봐가며 기업 상장형으로의 확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상장형은 사업프로젝트에 대한 단순 자금 제공이 목적이다. 기업 상장형으로 사회적 거래소 운영 형태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발행하는 유가증권을 기존 거래소에서처럼 상장·유통시키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사회적 기업은 전환사채(CB)도 발행하지만 700여개에 이르는 사회적 기업 대부분은 아직 영세하다”며 “투자자보호 등 문제를 감안할 때 당장은 프로젝트 상장형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프로젝트 상장형을 도입하면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기존 거래소 인력과 조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외국 사례를 보면 시스템 구축 외에 연간 운영자금으로 50만달러 정도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 관심 높아

사회적 거래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이 강조되는 요즘 추세에 맞물려 국내 대기업들의 큰 관심을 끌 전망이다. SK그룹의 경우 지난 9월 청소년 진로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세워 화제를 모았다.

한편으론 사회적기업투자조합 등이 활성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장규 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