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월 중순 이후 반등을 이어가며 2000선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투자 심리는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거래대금이 3조원대 초반에 머물며 투자자들이 거래에 나서지 않는 천수답(天水畓) 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수 상승이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경계 대상이다.

27일 오전 10시35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9.03포인트(1.00%) 오른 1927.54를 기록중이다.

이날 지수 상승의 일등 공신은 프로그램 차익거래다. 현재 프로그램은 차익거래가 1053억원, 비차익거래가 531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전체 1586억원 매수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프로그램은 최근 들어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유일한 돈줄이 되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 16일 1860선까지 밀린 이후 전날까지 반등 국면에서 프로그램은 9400억원 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중 차익거래는 4200억원, 비차익거래는 52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유럽발(發) 재정위기 이슈로 연일 일희일비하는 시장 분위기 속에 투자자들이 관망세에 나서면서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3조2300억원에 불과해 지난 8월 1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의 5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6000억원 수준까지 급감하며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다.

매수주체가 실종된 ×諍� 프로그램이 지수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프로그램 매수세를 무조건 우려해야 할 것만은 아니다. 최근 유입되는 프로그램 자금의 절반 정도는 비차익거래로 유입되고 있어 안정적인 투자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도 해볼 수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물이 오르면서 차익거래가 유입되는 것 역시 비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최근 유입되는 차익매수의 대부분이 국가지자체의 자금이라는 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최근 유입된 4200억원 차익매수를 투자주체별로 분석한 결과 국가지자체가 36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투신권이 26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큰 변화가 없었다. 국가지자체를 제외하면 나머지 투자주체의 차익거래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가지자체의 속성상 해당 물량은 단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12월 동시만기까지 3주 가량 앞두고 있어 베이시스의 이론적 악화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유입된 차익매수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국가지자체가 이론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이) 아래에서부터 꾸준히 차익거래 설정을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단기 수급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가지자체가 베이시스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인 차익거래는 선물이 이론가보다 고평가됐을 때 매수하는 전략을 사용하지만, 베이시스 트레이딩은 이론가 아래에서도 베이시스가 추가 하락하는 것을 노리고 매수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풀이했다.

따라서 단기매매를 목적으로 들어온 자금이기 때문에 청산에 대한 압력이 다른 때보다 높다는 설명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인이 선물 환매수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투자심리는 매도가 우세한데,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베이시스가 더 악화된다면 차익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