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있듯이 펀드 시장 역시 투자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한껏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개월 연속 자금이 유출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약 6조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한 열기를 보이는 상품이 있다.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새로운 종류의 다양한 ETF 출시

ETF는 지난해 총 42개가 상장한 데 이어 올해는 26개가 신규로 상장했다. 순자산 총액도 빠르게 늘어 약 13조원에 달한다. 특히 일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주를 이뤘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들이 나오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월만 해도 코스피200과 S&P골드지수를 혼합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 옵션이 주요 투자 수단인 커버드콜 지수를 추종하는 ETF, 국고채지수 하루 변동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등 3개의 새로운 ETF가 나왔다.

ETF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올해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을까. 먼저 일반 펀드와 다르게 ETF는 가격 흐름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 거래횟수 제한 없이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펀드는 대개 매수 혹은, 환매대금을 받기까지 1~2영업일의 시차가 발생하지만 ETF는 실시간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다. 또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서 운용 보수가 저렴한 편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은 1~2%의 수익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ETF는 단 1주만 보유하더라도 기초지수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개별 종목 투자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코스피200과 같이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지수 외에 특정 섹터지수, 테마지수, 스타일지수 등 다양한 지수를 추종해 업종 전망에 따라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 해외 주식형과 채권형 ETF, 원자재 ETF 등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할 수 있다.

ETF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바로 레버리지 ETF다. 지난해 국내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에서 약 44%의 비중을 차지했고, 지난 9월에는 약 47%까지 늘어나며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등락에 따라 등락폭의 2배에 달하는 변동성을 가지는 상품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큰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나 주가가 하락해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는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하거나 장기적으로 보유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국면에서 장기 투자할 경우 투자자가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누리면서 2배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지수 하락률 대비 2배 이상의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 달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4.6% 하락했을 때 레버리지 ETF는 약 9.5% 하락해 두 배 이상으로 손실폭이 확대됐다.

주가 변동성이 심할 경우에는 레버리지 ETF보다는 변동성이 작은 인덱스 ETF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편이 위험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레버리지 ETF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일정 금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되, 지수가 일정 부분 하락할 때 추가 매입을 통해 분할 매입을 해뒀다가 상승시 분할 매도하는 방식 등의 투자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 주식형 ETF, 분산투자 효과

ETF 가운데는 해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있다.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작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리면서 해외 시장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해외 개별 주식에 대한 정보 부족과 높은 거래비용, 매매시간대 차이 등의 어려움으로 개별 종목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투자자라면 해외 주식형 ETF를 고려해볼 수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환매금액을 받기까지 10영업일까지도 걸리는 데 반해 해외 주식형 ETF는 이틀 만에 환매금액(매도금액)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해외 주식형 ETF는 총 8개가 있다.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ETF 중에서는 중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 차이나 H’ ETF의 설정이 가장 오래됐고, 순자산 규모도 817억원으로 가장 커 해외 주식형 ETF를 대표할 만하다.

지난 9월 이후 중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인 덕택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추종하는 코덱스 차이나 H는 2개월 연속 4%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일부 ETF는 규모가 작고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ETF가 추종하는 지수와의 괴리가 커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ETF 자동매매 시스템을 이용한 ETF랩도 올해 큰 인기를 끌었다. 기초지수의 변동폭을 기준으로 지수가 하락할 때는 ETF를 더 사고 상승할 때는 덜 사는 방법으로 매입 단가 평균화 효과를 확대시킨다. 해외 주식형 ETF 랩 등 다양한 전략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개별 ETF와 관련 상품이 나오면서 한국 시장은 전 세계 국가별 ETF 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대금 기준으로 미국과 영국, 독일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10년간 글로벌 ETF 시장이 연 26.5% 성장하는 등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국내 ETF 시장 역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보나 <우리투자증권 100세 시대 자산관리컨설팅부 연구원 bona_kim@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