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부각된 ‘재정벼랑’ 우려로 미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하자 코스피지수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지수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가격 조정을 거친 뒤 ‘N자형’으로 재상승하는 중소형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코스피지수는 10포인트(0.52%) 하락한 1904.41에 마감했다. 장 초반 외국인 프로그램 매물로 1879선까지 떨어졌으나 기관 매수세가 붙으며 낙폭을 만회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의 소형주지수는 1353.97로 1.58포인트(0.12%)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도 0.86포인트(0.17%) 오른 519.90으로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오름세를 보이는 중소형주 중에서도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이 계속해서 개선될 종목으로 투자 범위를 좁힐 것을 주문했다.

○검증된 중소형주 관심

중소형주가 조정을 받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전문가들은 일부 종목 중심의 반등세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실적이 좋게 나왔거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있는 중소형주가 주인공이 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최근 증시에선 실제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풍산과 CJ E&M, 현대에이치씨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전형적인 N자형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9월 말부터 한 달간 횡보하다 이달 들어 다시 급상승하고 있다. 코스맥스도 10월 중순 이후 주춤하다 이달 들어 다시 상승 시동을 걸고 있다. 오르는 종목만 쳐다보는 요즘 투자 분위기 때문에 상승 모멘텀이 더 강하다.

○이익 커질 기업 주목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는 이익이 꾸준히 나고, 이익 규모도 커지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증권사가 추정치를 내놓은 109개 종목 중 4분기와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형주를 꼽아본 결과, 컴투스 게임빌 풍산 동국제강 SK브로드밴드 LG이노텍 코스맥스 CJ E&M 현대에이치씨엔 등이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투스는 올 4분기에만 5개 이상 신작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고 NHN 라인과 게임 제휴(홈런배틀 등)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분기 영업이익이 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배, 내년 1분기에는 77억원으로 15배 늘어날 전망이다. 게임빌도 4분기 영업이익 75억원에서 내년 1분기 85억원으로 이익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풍산은 작년 4분기엔 영업이익이 10억원이었으나 올 4분기엔 557억원으로 늘며 수익성이 정상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분기 5.83%, 2분기 48.77%, 3분기엔 11.4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브로드밴드도 4분기 162.06%, 내년 1분기 89.33%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예상된다. 이 회사의 IPTV 가입자 수는 9월 말 130만명에서 올 연말에는 148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수 급락에는 주의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게 되면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낙폭이 클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이 크거나 하락 속도가 빠를 경우 중소형주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급락할 경우 대형주의 하락을 중소형주가 방어할 수 있을 것이란 통상적인 인식이 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