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히스패닉(중남미계 소수인종)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재선에 성공했지만 축제 분위기는 반나절도 채 가지 않았다. 6000억달러 규모의 증세와 재정지출 삭감이 동시에 이뤄져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을 뜻하는 이른바 ‘재정벼랑’이 대선 하루 만인 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권과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과 재정벼랑을 피하기 위한 합의에 실패하거나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할 경우 내년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도 “재정 충격이 가져다 줄 경제적 여파를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 신용등급은 국가 부채비율의 하향 안정화에 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안에 합의한 직후 재정적자 감축안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S&P에 이어 피치와 무디스까지 신용등급을 내릴 경우 미국은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을 깎이는 수모를 겪게 된다.

이날 뉴욕 증시도 재정벼랑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급락했다. 다우존스지수는 312.95포인트(2.36%) 떨어졌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미 의회 특별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해 시장이 급락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미국의 재정벼랑 우려가 확산되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8일 일본 닛케이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5.74엔(1.51%) 떨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63%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도 1.19% 떨어졌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