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벼랑(fiscal cliff) 우려와 상장사 3분기 실적 부진 등으로 한국 증시가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연 10%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이 인기를 끌고 있다. ELS 중에는 코스피지수, S&P500,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 세 가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기대 수익률을 높인 지수형 ‘트라이앵글 ELS’에 돈이 들어오고 있다. 또 DLS 중에는 금·은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DLS 외에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등급을 기초로 발행된 ‘크레디트 DLS’가 인기 몰이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대 수익률이 높은 상품 중에는 원금 비보장형도 많기 때문에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자산 3개 ‘트라이앵글 ELS’ 인기

8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기초자산을 3개로 구성해 기대 수익률을 10% 내외로 높인 트라이앵글 ELS의 모집금액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109억원에 불과하던 트라이앵글 ELS 모집금액은 10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3435억원까지 급증했다.

트라이앵글 ELS 중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코스피지수, S&P500, HSCEI 등 세 가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트라이앵글 ELS’다. 기초자산이 코스피지수 1개이거나 코스피지수와 S&P500 등 2개인 ELS보다 수익 확정 조건이 까다로운 대신 기대수익률을 연 10% 내외로 높였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29일 발행한 ‘4101회 ELS’의 경우 1차 조기 상환 평가일인 내년 4월13일에 코스피지수, S&P500, HSCEI가 지난달 26일 종가(최초 기준가격) 대비 95% 이상이면 연 11%의 수익이 확정된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만큼 투자 위험도 크다. 만기 평가일인 2015년 10월22일까지 세 지수 중 하나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50% 미만까지 떨어지고 만기일 당일 종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85% 미만일 경우 지수 하락률에 따라 원금을 몽땅 날릴 수도 있다.

수익과 손실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갈 곳 잃은 자금이 지수형 트라이앵글 ELS에 계속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1주일간 발행된 공모형 ELS 201종 가운데 10억원 이상 투자금이 들어온 상품은 58종이다. 이 중 21종이 코스피지수, S&P500, HSCEI 등 세 가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트라이앵글 ELS’였다.

◆‘크레디트’ DLS에도 돈 몰려

공모형 DLS 발행도 활발하다. 그동안 DLS 투자는 고액 자산가나 법인들이 ‘사모’ 형태로 진행해 왔지만 일반투자자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크레디트 DLS’가 인기를 끌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지난달 5일 발행한 만기 3개월짜리 공모형 ‘902호 DLS’에는 80억원의 돈이 몰렸다. 롯데쇼핑에 부도 파산 지급불이행 등 신용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연 3.65%의 수익을 준다. 만약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원금의 30%만 상환된다. 하나대투증권이 지난달 12일 발행한 공모형 566호 DLS에도 49억원이 들어왔다. 기초자산이 한국의 국가 신용위험이다. 3개월 동안 신용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연 3.5% 수익이 확정되고 발생하면 원금이 전액 손실된다.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한편으로 투자 위험성도 큰 상품이란 뜻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트라이앵글 ELS의 경우 투자자들은 세 가지 지수의 움직임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증권사들은 제각각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익률을 높여준 것”이라며 “크레디트 DLS도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신용 위험을 예측하긴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 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