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종료되고 중국이 당 대회를 개최하는 등 'G2(주요 2개국)'의 정치적 불안요소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나 중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효과는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강해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주식시장의 경우 오바마의 연임에도 대선 이후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본격화되리라는 전망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증시…"불확실성 해소에도 우려 여전"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4.91포인트(1.29%) 내린 1,912.66로 개장했다.

전일 국내에 오바마 재선 확정 소식이 알려지며 상승으로 마감했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급락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따라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현재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구도에서 세금을 올려 재정적자를 해결한다는 대통령의 정책은 협상이 순조로워 보이지 않는다.

공화당은 줄곧 긴축 재정을 강조하며 오바마 안(案)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협상이 결렬된다면 미국에서는 내년부터 6천억 달러의 세금인상이나 정부 지출 삭감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미국 정부의 법정 부채한도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진행속도라면 12월 중 법정 부채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부채한도 소진 시기가 다가올수록 부채 한도 도달로 신규 부채발행 중단을 선언했던 작년 5월처럼 경제지표들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국 경기부양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도 시장의 힘을 빼고 있다.

중국은 새 지도부 교체가 임박했지만 시장에서는 신정부가 출범해도 연내에 특단의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 박옥희 연구원은 "내년 3월 국가주석과 총리가 선출된 이후까지도 기대할 만한 재정정책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날 오바마 재집권이 정책유지라는 측면에서 국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하나대투증권 조용현 연구원은 "유동성 확대정책 유지로 원자재, 비철금속의 가격이 오르면 최근 낙폭이 컸던 코스피 대형주들의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채권…"제한적이지만 호재 맞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정권교체를 긍정적 요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그동안 대선 이후로 미뤄져 왔던 '재정절벽'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대선 종료와 동시에 당장 눈앞에 놓인 과제로 부각됐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을 비롯한 중국 5세대 지도부가 등장할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개막했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경기부양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의 연임 성공으로 큰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음에도 시장에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눈에 띄게 높아지지는 않았다.

이런 현상이 지속한다면 향후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채권시장에 분명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선거 이후로 미뤄졌던 금융시장의 조정과 재정절벽 우려가 가속화될 전망이며 이런 분위기는 채권시장에 당분간 우호적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사공단비 연구원도 미국 대선 이슈는 이미 시장에 어느정도 노출된 정보임에도 "양적완화 등 기존의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 덕분에 채권시장에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시장에서도 오바마 재선 성공 등 G2의 정치적 불안요소 제거는 강세 재료로 풀이되고 있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오바마의 연임으로 미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달러 약세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오예진 기자 ykbae@yna.co.kr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