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대한항공 한국전력 현대제철 등을 원화 강세(환율 하락) 수혜주로 꼽았다. 현대미포조선 기아차 고려아연 등은 원화 강세로 실적이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건스탠리는 2일 내놓은 ‘원화 강세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원화 강세는 전기·가스와 소재 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종목별로는 대한항공이 원화 가치 상승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살 때 외화를 빌린다. 또 연료비의 약 40%를 외화차입을 통해 지불한다. 원화가치가 높아질수록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원화 가치가 1%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한항공의 주당순이익(EPS)이 8.3%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전력과 현대제철의 EPS는 각각 6.2%와 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2.8%) 한국가스공사(2.5%) 아시아나항공(2.5%) 포스코(2.0%)도 원화 강세에 따라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현대미포조선은 원화 가치가 1% 오르면 EPS가 3.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아차(-1.6%) 고려아연(-1.5%) 현대모비스(-1.2%) 현대차(-1.2%)도 원화 강세에 따른 이익 감소폭이 큰 기업으로 분류됐다.

모건스탠리는 환율이 국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는 줄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늘었고 수출시장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다변화했을 뿐 아니라 선물 거래 등을 통해 환율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였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에 국내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가 글로벌 경기가 상승하고 교역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