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향후 자산시장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투자 상품의 기대수익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노후난민(老後難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후준비 대책은 부족하다.

몇몇 증권사들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판단 아래 은퇴 후 자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노후 준비 서비스가 보험, 은행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

삼성증권의 은퇴설계연구소와 우리투자증권의 100세시대연구소가 대표 주자로 나서 불꽃 경쟁을 펼치고 있다.

◆ "다양한 투자자산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증권사 뿐"



삼성증권은 은퇴설계연구소를 2010년 12월 설립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약 1년 후인 2011년 9월부터 은퇴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100세 시대'란 단어는 우리투자증권이 선점해 연구소 명칭을 정했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은 "생명보험사들은 은퇴 상품으로 연금 외 제시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은행들의 상품은 금리형 상품이 많아 저금리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증권사 은퇴 상품이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다양한 투자자산을 적절히 구성할 수 있는 곳은 증권사 밖에 없고, 위험은 충분히 조절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두 연구소가 핵심 공략하는 층은 베이비부머 세대로 같다.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의 경우 증권사의 주 고객층은 60~70대"라며 "기존 고객들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고, 수명이 연장되는데 반해 베이비부머의 은퇴 준비는 미흡하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 POP 골든에그' vs '100세 시대 어카운트'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의 서비스는 기존 자산을 되짚어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김 소장은 "고객들의 기존 투자 상품을 되짚어보면 반토막 난 펀드, 사망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 등 소위 '노는 자산'들이 많다"며 "무조건 장기 투자가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정리할 만한 상품은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자산플랜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의 대표 상품은 '삼성 POP 골든에그'다. 핵심 상품은 기대 수익에 따라 크게 5 시리즈, 7 시리즈, 9 시리즈로 구분된다.

김 소장은 "고객의 투자 성향, 은퇴 구간에 따른 필요 수익률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캐시플로우(현금흐름)가 창출 가능한 상품을 중심으로 은퇴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며 "100세 시대는 더 긴 구간 노를 저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안정성만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물가는 꾸준히 복리로 상승하기 때문에 자산을 다소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서울대학교와 은퇴재무 준비지수인 '100세 시대 준비지수'를 공동 개발했다. 이에 따라 현 상황을 진단하고, 은퇴자금 통합 관리 계좌인 '100세 시대 어카운트'를 맞춤형 전략을 제시한다.

박 소장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개별 주식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며 "지수와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 월지급식 상품 등을 통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 '은퇴 이후의 삶' 기술도 제공

두 연구소는 단순 은퇴 금융상품만을 제공하지 않고 '감성 마케팅'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100세 시대 아카데미'를 통해 은퇴 교육에 나섰다. 재취업과 여가, 봉사활동, 가족관계 등 노후생활과 관련한 모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와 협력해 '100세 시대 인생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은퇴 이후에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경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명함의 글씨 크기를 크게 키우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부부가 함께 은퇴와 삶을 조망할 수도 있도록 '부부 은퇴학교'란 체험 과정을 구성했다. '부부사랑', '은퇴와 삶', '은퇴와 재무'란 세 가지 큰 주제로 은퇴설계 전문가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 소장은 "은퇴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베이비부머들에게 다양한 은퇴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 꾸준히 상품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