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가까이 떨어짐에 따라 과거처럼 저가 매수세에 따른 지수 반등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한국지수의 12개월 예상 PER은 8.19배였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보는 “코스피지수로 본다면 1870까지 떨어질 때 PER 8배가 된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MSCI한국지수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PER이 8배 이하로 떨어진 것은 총 5차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 초(7.43)와 12월 초(7.63),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된 작년 9월 중순(7.88)과 10월 초(7.89), 올 8월1일(7.96)이다. 이후엔 매번 증시가 반등해 ‘한국 증시의 PER이 8배 수준이면 지수가 반등한다’는 게 하나의 경험칙이 됐다.

이는 가격메리트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글로벌 정책 대응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외국인 순매수는 주로 한국 증시의 PER 8배 이하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6배 때는 4조1900억원, 7배 때 5조원, 8배 때는 19조6800억원의 외국인 순매수가 이뤄져 지수를 방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4분기 이후 기업이익이 예상보다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코스피지수 1870 아래에서도 PER이 8배 이상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MSCI한국 기준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7.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01년 이후 연평균 이익 증가율이 11.2%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익 증가율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익 추정이 실제보다 과도한 측면이 있어 지금의 PER만 보고 주식이 싸졌다고 얘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양 이사보는 “미국의 재정벼랑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기업 이익이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