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횡보하며 활로를 못 찾고 있는 증시가 1000만관객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주목하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광해’의 성공 방정식을 적용해 침체기에도 잘나가는 ‘광해주’를 찾아보자는 의도에서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극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잘 짚어줘야 하는데 ‘광해’는 포인트를 잘 잡았다”며 “경제주체 간 대립이나 생산성 같은, 증시를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점을 영화에서 읽을 수 있다”고 품평했다. 영화의 성공이 증시에 주는 교훈을 짚어본다.

◆‘진짜 주인’에게 잘하자

‘광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사는 천민 하선이 왕 노릇을 하면서 “나에겐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곱절, 천곱절 중요하다”며 관료들을 질타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발언을 주식시장에 연결시키면 ‘진짜 주인인 주주에게 잘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 증시에서 고배당주는 드문 존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시가배당률은 평균 1.38%로 일본(1.95%) 미국(2.76%) 호주(3.9%) 대만(3.43%) 등에 크게 뒤졌다.

이에 따라 연말 배당철을 앞두고 고배당주가 증시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KTSK텔레콤 등을 배당주 중 ‘광해주’에 포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는 앞으로 3년간 주당 2000원 이상의 배당을 지급하기로 했고 SK텔레콤은 올해와 내년에 9400원의 현금배당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배당 메리트가 크다”고 언급했다. KT와 SK텔레콤은 이달 들어 각각 6.3%, 9.6% 상승했다.

이 밖에 주요 증권사들은 3~5%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KT&G 강원랜드 기업은행 에쓰오일 리노공업 등을 배당수익률이 높은 배당 분야 ‘광해주’로 꼽았다.

◆투명경영·사회공헌에 주가 상승 화답

영화 속에서 관객들은 하선이 부패한 관료를 엄벌하고 대동법을 실시하는 등 민생을 개선하는 데서 쾌감을 느꼈다.

증권가에선 각종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기업들이 ‘광해주’ 후보로 꼽힌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사회책임투자지수(SRI)에 편입된 70개 종목 중 한국가스공사(88.73%) LG생활건강(33.95%) NHN(22.99%) 등 20개 종목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 상승률(4.8%)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재단을 통해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유한양행의 경우 지난 9월 이후 32.6% 급등했다. 백혈병 어린이 돕기 등을 진행하고 있는 대상도 같은 기간 35.3%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공시를 정확히 하고 경영·지배구조가 투명한 주식도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추희엽 한국투자증권 리서치투자정보부 부장은 “LG전자LG그룹주들은 GS LS LIG 등과의 계열분리 과정을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지배구조가 안정돼 경제민주화 등 외부 리스크 영향이 줄었다”며 “LG전자와 LG하우시스 GS LS 등 범LG주는 실적시즌에 발표한 잠정 영업이익과 분기보고서상의 실제 영업이익이 지난 네 분기 동안 오차가 없는 등 공시 정확도도 높았다”고 평가했다.

또 ‘광해’가 백성들이 먹고사는 데 깊은 관심을 가졌듯 먹고사는 것과 직결된 소비주도 최근 증시의 화두다. 이달 들어 빙그레(10.4%) 오리온(3.4%) 매일유업(7.0%) 등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