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관리인체제ㆍ계열사 매각 등 추진 가능성
윤석금 회장 관리인 박탈ㆍ웅진홀딩스 청산도 배제 안해


사상 초유의 웅진그룹 지주사 동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맞서 채권단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뒤통수치기식' 법정관리 신청에 그냥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5일 법원에 공동관리인과 웅진코웨이 조기 매각 등 계열사 매각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이 방안이 여의치 않으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법정관리인 선임에 제동을 걸고 웅진홀딩스의 청산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웅진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
채권단은 갑자기 하루 연기된 5일 법원 심문에서 공동관리인과 웅진코웨이 조기 매각을 건의한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첫 만남인 만큼 이에 대한 윤석금,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의 반응을 보고 2차 공세의 수위를 조절할 예정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동관리인 체제와 웅진코웨이 조기 매각 등 두 가지 방안이 채권자협의회에서 공통적으로 의견이 모아진 안건"이라고 말했다.

신뢰를 잃은 윤 회장에게 수천억원을 맡기는 게 맞지 않다는 게 채권단의 공통된 견해다.

경영권 보존을 위해 윤 회장이 동반 법정관리행을 택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기존 대주주의 그룹 경영권 제한을 공식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래도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윤 회장이 관리인으로 들어가고, 채권단이 추천한 관리인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제를 바라고 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법적으로 윤 회장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전례가 없어 힘들 것이다.

은행들은 공동관리인으로 가는 것을 바란다"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 처분을 놓고 웅진그룹은 `제때 돈이 안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채권단은 `법정관리행을 택해 일부러 무산시킨 것이다'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은 매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웅진코웨이처럼 팔 수 있는 것은 서둘러 팔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법원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지만 웅진측이 반발한다면 우리도 생각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열사 매각→웅진그룹 청산도 배제안해
워크아웃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에 뒤통수를 맞은 채권단은 법정관리 이후 보인 웅진측의 태도에도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웅진폴리실리콘 신디케이트론 분할 상환 기일이던 3일에도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아무런 얘기도 없었고, 채권단의 정보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웅진측의 건의로 법원 심문이 5일로 연기된 것조차 채권단은 파악하지 못했다.

채권단에서는 상환하지 못한 웅진폴리실리콘 신디케이트론을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연장해봐야 뾰족한 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매각이 최우선이지만 적자 상태인데다 태양광 전망이 밝지 않아 팔리지 않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적자기업에 워크아웃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판사가 결정할 사안에 채권단이 말을 많이 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도 "웅진이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채권단에서도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을 관리인에서 아예 배제하자", "웅진홀딩스를 법정관리하지 말고 차라리 청산하자", "계열사에 조기 상환한 530억원을 부인권을 행사해 거둬들이자"는 등 고강도 대책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웅진홀딩스의 경우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닌 껍데기 회사여서 자회사 매각이 잘 되지 않으면 청산할 수도 있고, 윤 회장 아닌 다른 사람이 관리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단 내부에서는 계열사 매각에 이어 웅진홀딩스 청산도 완전히 제외하지는 않고 있어 웅진 그룹 해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