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시장은 고성장 후유증을 해소하는 장기 횡보 국면에 진입했다.”(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

“상하이종합지수가 반등하면 중국 펀드를 일부 환매하고 중국 관련 투자 비중이 높다면 적극적으로 줄여라.”(소재용 하나대투증권 매크로전략팀장)

국내 증권사 중국 경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중국 관련 투자 전략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 주요 증권사 중국 및 글로벌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 증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1일 2026.69에 마감, 1주일간 4.57% 하락했다. 20일에는 2024.84로 2009년 2월2일 2011.68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부양책 기대 낮춰야”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 하락세가 △기업 실적 부진 △수급 불안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 이상으로 기업 실적이 부진했고 비유통주가 시장에 풀려 수급이 불안해졌다”고 진단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매크로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실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는 3분기를 저점으로 해 4분기부터 반등하겠지만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경환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재고 순환 주기로 보면 오는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경기 회복이 예상되지만 반등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의미 있는 경기 회복은 내년 2분기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중국 지도부 교체를 전후해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기대 수준은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연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전국 단위 대규모 정책보다는 소규모 지방 경제 개발 정책이 나올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는 정도의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허재환 연구위원도 “경기부양책이 실물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펀드 환매는 내년 3월 이후

중국 증시는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권 교체 이후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생길 것이라는 점과 중국 증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졌다는 점 등이 11월 이후 반등을 점치는 근거다.

그러나 중국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은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중국 증시는 가격대만 놓고 보면 바닥이지만 2000년대 중반과 같은 급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중국 펀드 투자자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투자 지역 다변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중국 펀드 보유자는 내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결과에 따라 환매 여부를 결정하라고 제안했다. 중국이 전인대에서 재정 및 통화정책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증시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내 중국 관련 종목 역시 중국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성연주 선임연구원은 “중국 새 지도부가 투자 관련 부양책을 내놓는다면 철강 화학 업종이 4분기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감세 등 소비 진작에 주력한다면 소비 관련주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