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반등, 195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지수는 14일 24.52포인트(1.27%) 오른 1956.96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5월8일(1967.01) 이후 3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숨고르기가 지난 13일 하루에 그쳐 상승 탄력이 살아있다는 분석이 많다. 주역은 역시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329억원을 순매수, 7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도 좌우될 전망이다.

◆기존 자금이냐 신규 자금이냐

유가증권시장을 다시 달구고 있는 외국인은 지난달 27일 이후 5조683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증시 주변에선 외국인 자금이 새로 유입되지 않고는 이 정도 매수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로 캐리 트레이드(저금리로 조달한 유로화를 다른 국가의 유가증권 및 상품에 투자하는 거래)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 9일 옵션만기일 당시, 외국인 프로그램 순매수가 1조7000억원에 근접했는데도 선물이 순매수를 기록했다”며 “막대한 거래비용을 감내하며 선물을 순매수한 것을 보면 이전에 접하지 못한 외국인 신규 자금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원화 가치를 급격히 끌어올릴 정도의 대규모 자금은 아니지만 남유럽에서 한국 등 이머징마켓으로 투자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의 외국인 프로그램 매수세는 프로그램 차익매수 청산(현물 매도·선물 매수)을 통해 현금화된 자금이 다시 프로그램 순매수로 순환하고 있을 뿐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AI(대체투자)·파생팀장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 프로그램 순매수는 9일 1조6778억원에서 13일 3461억원으로 줄었고 14일에도 4193억원에 그쳤다”며 “기존 차익거래 자금이 다시 들어온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액티브냐 패시브냐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크게 ‘액티브’(능동형)와 ‘패시브’(수동형)로 나뉜다. 액티브펀드에서 흘러들어온 돈(액티브)은 펀드매니저의 주관에 따라 개별 기업을 사고판다. 이에 비해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자금(패시브)은 종목을 무더기로 매매한다. 주로 코스피200이나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등에 속한 대형 종목이 대상이다.

(2) '액티브'자금 유입 언제
인덱스·ETF 시총상위株 매수…액티브 자금 8000억 불과 "안도랠리 지속돼야 추가 유입"

전문가들은 지금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패시브가 대부분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주로 프로그램 순매수를 통해 들어오고 있고, 업종별 차별화 없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외국인이 5조원 가까이 순매수했지만 이 중 액티브로 추정되는 금액은 8000억원가량에 그쳤다”고 말했다.

패시브 자금이 중심이 되는 것은 미국과 유럽 증시가 오르는 만큼 국내 증시가 따라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24일까지 한 달간 독일은 4.13%, 프랑스 2.06%, 미국 다우는 0.66% 상승했지만 코스피지수는 1.31% 하락했다. 개별 종목보다는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았다는 얘기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1950선을 넘어서 안도랠리가 지속되면 공격적인 액티브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진단이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초 유동성 장세를 참고해보면 시장이 오르는 기간은 한 달가량이었다”며 “8월 말이나 9월 초에는 액티브 자금이 유입되면서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압축이냐 확산이냐

외국인 매수가 프로그램 순매수 형태로 진행되면서 대형주가 집중적으로 상승하는 장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5일 이후 10.6% 오르는 동안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는 11.2% 상승했다.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8.1%와 4.9%에 그쳤다. 코스닥지수도 이 기간 5.7% 상승에 머물렀다.

(3) 매수종목 확산 vs 압축
대형株→중소형株 매수 확산, 외국인 비중 적은 기업 사야…"확산 안된다…戰·車로 압축"


그러나 시총 상위 종목을 집중 매입하는 전략보다는 앞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아직 외국인 매수세가 많이 들어오지 않은 종목을 사는 것이 더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8월 말을 기점으로 유동성장세가 끝나고 개별 종목 장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상호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7월의 유동성장세에서도 처음에는 시가총액 상위그룹으로 자금이 먼저 유입되고 실적이 가시화되면서 다른 종목으로 확산됐다”며 “외국인 비중이 작으면서 이익 전망이 상향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종목으로는 LG디스플레이 오리온 삼성테크윈 한국전력 두산중공업 LG생활건강 삼성화재 KT&G 아모레퍼시픽 등을 들었다.

김철중 연구원도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근접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 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며 정보기술(IT)과 정유주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반면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매수세가 확산될 단계는 아니다”며 “IT와 자동차를 중심에 계속 두면서 조선 금융 건설 등에 제한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규호/임근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