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와 네트워킹 효과' 주목
이행案 나와야 지속여부 결정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말 한마디에 주가 5%↑…'드라기 효과' 지속될까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이 말 한마디에 글로벌 주가가 이틀 새 평균 5% 급등했다. 그야말로 ‘슈퍼 마리오 효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종전의 인식과 경제이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런 현상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상식에 해당하는 인식과 이론이 경제현상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판단되지만 구체적 이행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리요인 및 네트워킹 효과에 따른 경기와 주가의 순응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순응성이란 금융시스템이 경기변동을 증폭시킴으로써 금융 불안을 초래하는 금융과 실물 간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경기상승기에는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위험선호도와 은행대출이 증가해 잠재 금융부실이 확대된다. 이후 경기 하강기에 접어들면 실물활동이 위축되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며, 위험회피 성향으로 은행대출이 급감해 금융부실이 가시화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말 한마디에 주가 5%↑…'드라기 효과' 지속될까

경기순응성은 국제 간 자본흐름에도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 자본 유출입이 신흥국의 경기변동을 증폭시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급격한 자본유입은 신흥국의 통화팽창, 자산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하다가 자본유출이 본격화하면 주가 급락, 환율 급등 등으로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증폭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신흥국의 자본흐름에 관한 연구를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본 유출입 자유화 이후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순자본 유입으로 인한 경기순응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4년전 금융위기 이후 핫머니성 캐리자금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경기순응성이 뚜렷해지는 점이 눈에 띈다.

올 들어서도 ECB가 두 차례에 걸친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실시하며 풀린 자본이 한국 등 신흥국에 유입되면서 연초 성장률과 주가 예측치를 상향 조정할 만큼 경기와 증시가 좋아졌다. 이후 유럽위기가 재연되고 ECB가 방관하는 과정에서 유럽계 자금의 이탈로 신흥국 경기와 증시는 불과 최근 3개월 사이에 ‘대공황’을 우려할 정도로 급격히 악화됐다.

경기순응성이 가져오는 많은 부작용 가운데 경기상승 및 하강 주기를 단축시키고 진폭을 확대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중앙은행(Fed) 등은 경기예측 시점을 반기에서 분기로 단축했다. 증권사의 주가예측은 수시체제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열렸던 각종 국제회의에서는 종전의 핫머니 자금에 대한 규제방안과 별도로 경기순응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금융규제 방안이 논의돼 왔다.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국제결제은행 바젤위원회(FSB)는 글로벌 금융회사일수록 자본금 및 대손충당금 적립요건을 강화하고 과도한 차입을 억제하도록 했다.

자본금 규제와 관련해서는 최저자기자본비율 이상의 완충자본을 적립하고 이를 점검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것을 의무화했다. 완충자본이란 통상 경기 호황기에 적립하게 되는데, 은행의 위기대응 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특히 금융사들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대손충당금 적립과 관련해서는 금융사 대출자산에 대한 대손 발생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동태적 대손적립 모형 등 새로운 모형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현행 금융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대체로 대출자산 대손이 확정된 뒤 이뤄지는 데 따른 경기순응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또 다양한 목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파생상품을 감안한 레버리지 비율을 금융취약성 측정지표로 활용해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도록 했다. 회계부문에서도 경기순응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공정가치 회계의 개선방안을 강구했다.

순응성은 증시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측 시점에 주가가 상승할 때와 맞물리면 향후 증시를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으로 예상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대로 하락 시점에서 증시를 전망할 때는 비관론 일색이어서 투자자들에게 ‘안내판’을 제공해주는 예측의 본래 역할을 하기보다 더 큰 혼란과 손실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유로존을 살리겠다”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으로 일부 증권사들은 발빠르게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도 여기에 동조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하지만 유럽위기를 낳게 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고, 드라기 총재의 발언도 ‘액션플랜’이 나오지 않았다.

작년 말 이후 ECB의 자금 지원과 유럽계 자금의 유출입 관계를 볼 때 3차 LTRO와 같은 대책이 추가로 나온다면 한국 증시가 가장 유망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드라기 총재의 발언 직후 나오는 성급한 낙관론에 영합하기보다 이런 때일수록 기대 수준을 낮추고 경기와 주가순응성에 따른 각종 리스크에 대비해 나가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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