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좀처럼 상승탄력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이 채권이나 상품 등 대안투자 상장지수펀드(ETF)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극심한 거래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주식이 아닌 채권이나 상품 관련 ETF들은 대안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량이 오히려 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올 2월 22일 상장된 삼성 KODEX 단기채권 ETF가 순자산 4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전날 밝혔다. KODEX 단기채권은 단기채에 투자해 매일 0.01~0.03% 정도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는 ETF다. 1년 간 투자하면 3.2~3.5% 정도의 은행예금 금리 수준의 수익률이 기대된다.

KODEX 단기채권 ETF에 몰리는 수요의 상당 부분은 증시 대기자금이라는 것이 삼성자산운용 측의 설명이다. 이자가 없는 증권사 계좌에 예탁금을 남겨두기 보다는 은행이자 정도만이라도 버는 게 낫겠다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ETF의 거래량은 5월 중순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5월14일 이후 일 평균 거래량은 3만4500주로 상장 이후 5월 중순까지의 평균 거래량이 1만300주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일부 상품 가격은 치솟으면서 관련 ETF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TIGER 농산물선물(H)는 최근 거래량이 1만~3만주 수준으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 거래량이 5000주 미만인 것에 비하면 급격히 늘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국제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에 연동하는 S&P GSCI Agriculture Select Enhanced Index Excess Return 지수를 추종하는 이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TIGER 농산물선물(H) 주가는 옥수수, 대두, 소맥 가격 등의 급등으로 지난 6월 이후 30%나 급등했다.

KODEX 콩선물(H) 역시 최근 거래량이 1만주 이상으로 지난달까지 하루에 1000주 미만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매매가 크게 늘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도주 없이 부진한 장세가 이어지면서 종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이 비교적 판단이 손쉬운 대안 ETF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