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지난달 7일 기준금리를 내린 지 한 달도 안된 지난 5일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됐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만큼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컨센서스(추정치)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당초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7.6%)으로 발표됐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투자자들은 기관을 중심으로 대거 저가매수에 나섰다.

◆이변 없었던 중국 GDP 증가율

13일 코스피지수는 27.50포인트(1.54%) 상승한 1812.89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은 장중 발표된 중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이 시장 컨센서스(7.7%)와 큰 차이 없이 나온 덕분이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중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이 7.5% 미만으로 나왔다면 시장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컨센서스와 비슷하게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된 게 안도감을 확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예상치를 충족시키기는 했지만, 3년여 만에 8% 밑으로 떨어진 것이어서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대응에 추가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금융회사 신규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 5월 금리 인하와 금융지원책 등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차군단’ 너무 하락했다”

이날 상승세는 4324억원어치를 사들인 기관이 주도했다. 기관의 이날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12월2일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기관 매수세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규모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집중됐다. 기관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각각 1382억원과 324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수 규모는 지난 4월13일 이후 최대다. 삼성전자는 4.40%(4만8000원) 오른 113만9000원, 현대차는 3.43%(7500원) 상승한 22만6000원에 마감했다.

전·차군단이 이날 강세를 보인 것은 기관들 사이에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기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8.11배와 6.97배로, 최근 5년간 평균치인 14.17배와 10.76배보다 낮아졌다.

◆변동성 국면 이어질 듯

중국의 2분기 GDP 발표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대외변수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전날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A3’에서 ‘Baa2’로 2단계 내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새 악재로 떠올랐다.

다음주 줄줄이 발표될 예정인 미국의 6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경기관련 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도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글로벌 정책공조가 이어진다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다음주 의회연설에서 3차 양적완화(QE3) 시행 가능성을 밝히거나 중국이 또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설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조정을 많이 받은 소재 산업재 업종 등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