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4일 오후 9시5분 보도

한라공조 공개매수 후 상장 폐지
한라공조 지분 70%를 가진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비스티온이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30%를 주당 2만8500원에 전량 공개 매수한다. 비스티온은 한라공조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다. 한라공조는 자동차용 에어컨과 히터 등 공조 시스템을 생산하는 회사다.

4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비스티온은 한국 내 자회사인 비스티온코리아홀딩스를 통해 한라공조 주식 3204만주(30.01%)를 사들일 예정이다.

매수 기간은 5일부터 20일간이다. 매수 가격은 주당 2만8500원으로 4일 종가(2만4950원)보다 14.2% 높다. 1개월 거래량 가중평균 종가 기준으로는 26.2%, 3개월은 30.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52주 신고가 2만8150원보다도 높다.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은 총 9131억4000만원이다. 골드만삭스와 로스차일드, 삼성증권이 비스티온의 자문을 맡았다. 삼성증권은 공개매수 대리인 역할도 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공단이 한라공조 주식 1047만4000주(9.81%)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지분은 20.2%에 불과하다.

비스티온은 한라공조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후 한라공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라공조를 중심으로 한국을 차량 공조의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5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비스티온 주주들이 주로 증권사 금융사 펀드 등으로 이뤄져 있어 한라공조 상장 폐지 후 회사 성장을 위한 장기 투자보다는 고배당 등 수익성 실현에 치중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비스티온 대주주 중에는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펀드도 포함돼 있다”며 “차익 실현을 중시하는 이들 펀드의 특성상 고배당과 현금자산 유출 등을 통해 이익을 빼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라공조는 지난해 매출 3조3121억원에 영업이익 3045억원을 올렸다. 한라공조는 미국 포드자동차와 만도의 전신인 만도기계가 합작해 1986년 3월 설립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은 한라그룹이 지분(50%)을 매각, 1999년 3월 비스티온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이건호/하수정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