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관이 연일 ‘사자’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EU 정상회의로 ‘한고비를 넘겼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관이 공격적인 매수세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낙폭과대주와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어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제한된 형태의 상승세가 나타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호재 하루천하?

2일 코스피지수는 2.36포인트(0.13%) 하락한 1851.65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EU 정상회의에서 유로안정화기구(ESM)가 부실 은행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에 정상들이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증시가 급반등한 지 하루 만에 조정을 받은 것이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04% 하락했으며 대만 가권지수는 0.66% 올랐다.

시장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데는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EU 정상회의 결과는 은행 재정 거시경제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을 포괄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면서도 “하지만 ESM의 자금 부족 문제, 유럽 은행들의 부실 채권 축소 방안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유럽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관 연일 순매수하고는 있지만

이날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329억원어치를 사들여 6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비슷한 시기에 ‘팔자’ 행진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기관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서는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된 것은 맞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본격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18일 이후 이날까지 기관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좇아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200과 코스피지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KODEX인버스를 각각 1059억원(4위)과 965억원(5위)어치 사들였다. 코스피지수 상승과 하락에 모두 대비하는 모습으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순매수 종목을 살펴봐도 상승장 전환에 자신있게 ‘베팅’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관은 이 기간(6월18일~7월2일)에 삼성전자(2915억원) OCI(1161억원) LG화학(770억원) 등 안도랠리가 펼쳐질 경우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낙폭과대주와 KT(524억원) 한국전력(508억원) 현대백화점(497억원) 등 경기방어주를 함께 순매수했다.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매수 행진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시장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할 정도는 아니다”며 “한동안 ‘전차(電車)군단’에 집중돼 있던 ‘타깃’이 화학 정유 건설업종 등 가격메리트가 있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G2 지표 개선이 관건

기관은 유로존보다는 G2(미국 중국) 움직임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쪽에서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경제지표가 나오거나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정책이 가시화되면 기관이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관 순매수 상위권 내 삼성전자 OCI LG화학 등은 G2 경기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종목이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G2 쪽에서 경기와 관련된 개선된 지표가 나오면 기관이 본격적인 매수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송종현/안상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