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럽 재정위기를 진정시킬 단기 대책 마련에 성공하면서 지난 주말 미국 나스닥지수가 3.0% 오르는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다. EU 정상들이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유로존 은행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유로존 은행감독기구를 연내 설립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7월을 산뜻하게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유럽문제를 단기간에 해결시켜 줄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데 공감하면서 이달 증시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2분기 결산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는 점이 7월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초 안도랠리 전망

7월 전반에는 EU 정상회의 합의를 호재로 삼은 ‘안도랠리’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가라앉았다”며 “신용경색 위기가 진정됐을 때 나타나는 유동성 장세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며 “주식시장 단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이번달 코스피지수 상단을 1900~1950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종가 1854.01보다 2.4~5.2%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7월 코스피지수 하단은 1750~1770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기업 실적이 발목 잡을 듯

중장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유로본드 도입과 ESM에 은행 면허를 부여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유로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비농업취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 미만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6월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2로 두달 연속 하락한 점도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접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실적 전망치의 하향 조정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달 28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3배로 낮은 편이지만 투자자들이 영업이익 추정치의 하향 조정을 염두에 두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폭 과대주와 유가 하락 수혜주 관심

증권사들은 이달에 금융 조선 등 낙폭 과대 업종, 항공 등 유가 하락 수혜 업종 등을 중심으로 시장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문제가 일부 해결되면서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는 업종은 금융과 조선”이라며 “이들은 유럽 쪽 악재가 진정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반응할 업종”이라고 소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달 관심 업종으로 유가 하락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을 비롯해 인터넷 미디어 제약 유틸리티 등을 꼽았다.

외국인의 ‘팔자’ 행진으로 최근 큰 폭의 조정을 받았던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전차(電車)군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지만 매수 시점은 늦춰잡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